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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섬건너 모래 울음소리를 듣다(明沙十里) 10월 15일 목요일. 어느덧 여행 8일째다. 아침에 보길도를 떠나 완도행 배를 탄다. 연암 박지원의 청나라 견문록 '열하일기'의 내용중에 하루에 강(江)을 아홉 번을 건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오늘 나는 바다를 다섯 번 건넜다. 보길도를 출발해서 노화도,완도,신지도,고금도,조약도. 완도군에 속하는 완도와 신지도,고금도,조약도는 작은 바다를 서로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완도와 관련된 옛 추억 하나. 초등학생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에서 부산으로 전학온 나는 친구가 없었다. 마침 같은 반에 완도에서 전학온 까까머리 촌놈이 한명 더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그의 손에 이끌려 작은 핫도그 가게를 하던 녀석의 집에 가게 되었다. 다락방에 올라 놀고 있던 그때. 친구의 어머니가 들고 오신 핫도그 2개. 그.. 더보기
7/10-보길도의 아침 10월 14일 수요일. 간밤에는 모처럼 따뜻하고 편하게 잤다. 밤늦게 세차게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내렸지만 아침에 일어나 민박집 2층 창문을 열어젖히니 하늘과 바다가 모두 푸르다. 화창한 '보길도의 아침'이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권유로 자전거를 대여했다. 무거운 짐은 모두 민박집에 맡겨 놓고 카메라와 스케치북만 챙겨 나왔다. 배낭이 가벼우니 날아갈 것 같다. 7년만에 다시 찾은 보길도. 어디부터 갈까?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 세연정(洗然亭)은 고산 윤선도의 정자다. 반나절동안 그의 정원에서 한가하게 노닐었다. 정원을 나설때까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그의 연못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두번째 찾은 곳은 동천석실(洞天石室). 윤선도가 말년에 머물렀다는 부용동에.. 더보기
6/10-북위 34도 17분 38초 10월 13일 화요일. 반도의 끝자락까지 내려왔다.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01초.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 해남 땅끝이다. 땅끝에 오니 여비도 바닥이 났다. 회사동기에게 긴급구조 요청을 한다. 땅끝에서 '송금완료' 문자를 받는다. 당분간 지갑속 걱정은 들게 되었다. 돈 얘기가 나온김에... 유명한 관광지는 물가가 비싸다. 오늘은 점심으로 깁밥을 먹지 않겠노라 다짐한 끝에 땅끝에서 제일 싼 전복죽을 만원에 먹었다. 저녁엔 삼겹살을 먹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1인분은 팔지 않는다. 그래도, 며칠동안 산 언저리에서만 놀다가 바다를 보니 상쾌해진다. 나의 동지인 카메라에게도 실컷 바다를 보게 휴식을 준다. 내일의 여정은 아마도 땅끝의 끝 어느 곳의 섬이지 싶다. 버스는 푸른 배추밭을 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