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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는 기쁨 비온 아침 베란다앞 풍경1 비온 아침 베란다앞 풍경2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금속 악기의 소리로 곡을 시작해서, 곡의 끝에서는 그 소리를 거두어들이는데, 온화하면서도 끊어질 듯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지며 온갖 악기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게 한다. 이에 한 악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늘은 일 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그 시작에는 피어나고 우거지고 곱고 어여뻐서 온갖 꽃이 향기를 뿜는다. 그 끝 무렵에는 빨간 색과 노란 색, 자주 빛과 푸른 빛으로 물들이고 단장하여, 넘실넘실 일렁이며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한다, 그런 다음에야 거두어들여 깊이 간직하니, 그 오묘한 능력을 뽐내고 빛내려는 것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번 불자마자 쓸쓸히 다시는 피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앙상하게 다 저버린다면, 그래도 한 악장이 .. 더보기
10/10-보성 녹차밭 10월 17일 토요일. 천둥 번개가 몰아친 새벽이 지나고 계획했던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아왔다. 사선으로 떠오른 맑은 태양은 뭍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부지런한 어부의 배에 상쾌한 하루를 선사한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흥 수문리의 전망 좋은 숙소에서 밤새 꺼내놓았던 짐들은 다시 배낭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열흘 여행의 마지막 장소를 생각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유명해서 막상 가보지 못했던 곳. 보성 녹차밭이다. 차를 따는 계절은 아니지만 빛이 빚어내는 차밭의 곡선미는 사진으로 봤던 그것보다 더 매혹적이리라. 쉽게 찾을거라 생각한 친숙한 사진속 그 유명한 녹차밭. 키큰 삼나무 숲에 꼭꼭 잘 숨어 있다. 한낮에 도착한 탓에 사광(斜光)이 빚어 내는 차밭의 온전한 곡선미는 찾아볼 수는 없지만 행여.. 더보기
9/10-강진 마량포구에서 장흥까지 10월 16일 금요일. 내일부터 남도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신선한 공기 덕분인지 일찍 깼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아침을 하는 사이에 근처 해동사를 찾았다. 절 앞마당에 서니 금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약도에서 보는 금일도는 마치 부처님이 누워있는 듯 편안한 모습이다. 낚시꾼들을 태운 배가 가사해변에 일찍부터 진을 치고 있다. 민박집 아주머니는 아침밥을 고봉으로 담아 준다. 걸어다니려면 '밥심'이 있어야 한다며. 민박집 아저씨는 오토바이로 고개 너머 버스정거장까지 굳이 태워다 준다. 조약도 다리를 건너 고금 읍내까지 가는 시골버스는 1시간을 기다려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읍내 터미널에서 강진가는 버스를 또 기다린다. 터미널에서는 난데없이 내 '카메라'가 스타가 되었다. 버스를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