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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동학사 가는 길 도보 여행의 골치꺼리는 무거운 배낭이다.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가득찬 경우에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짐이 그야말로 짐이되는 형국이다. 여행 이틀째. 지난밤에는 잠을 설쳤다. 민박집 난방이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아서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도 아침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간밤의 노고를 보상했다. 오늘의 여정은 갑사를 지나 계룡산을 넘어 동학사로 가는 것. 오전 햇살이 비추니 누런 들판이 황금처럼 빛난다. 부지런한 농부는 한톨의 황금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논두렁을 높이며 삽질을 한다. 밤새 처 놓은 거미줄 어망엔 성찬을 기뻐하는 색동 거미의 찢어진 웃음이 마음 것 걸려 있다. 갑사를 지나다가 어제는 보지 못했던 곳을 발견했다. 전통찻집. 찻집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작은 절벽을 따라 계곡.. 더보기
1/10-갑사(甲寺)로 가는 길 2009.10.08 불쑥 나선 가을 여행. 기간도 행선지도 목적도 정하지 않는다. 마음이 향하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간다. 다만 나는 이번 여행의 이름을 '맑은 영혼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만 명명할 뿐이다. 갑사(甲寺).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문득 생각나서다. 갑사에서 동학사로 넘어가는 산길도 걷고 싶고 수필에 등장하는 남매탑의 풍경을 손으로 직접 그려보고 싶기 때문이다. 속옷과 양말 10켤레. 여분의 바지와 윈드자켓.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초한지. 하드카버로 된 드로잉북과 4B연필 3자루. 카메라와 렌즈 3개.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노트북까지... 시골버스에서 내려 갑사로 걷다보니 배낭에 주섬주섬 넣어 온 욕심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공주 .. 더보기
황홀한 비행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침엔 비가 많이 내렸다. 한바탕 꿈을 끈낸 오후엔 유난히 화창한 햇살이 창가를 비춘다. 눈을 비비고 나니 베란다 앞 공터에 심어 놓은 코스모스가 아침에 내린 비로 몇몇이 쓰러져 있다. 아직 어린 놈들이라 손길을 바랬다. 쓰러진 것들을 일일이 세우고 나니 등줄기가 훅훅 볶는다. 햇발이 기울고서야 학교 운동장으로 갈 기운이 생겼다. 틈틈이 운동을 한지 벌써 3개월째. 운동이라 해봐야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 달리기 3종목이 전부지만 1시간은 족히 걸리는 여름날 저녁의 괜찮은 소일거리다. 맨발로 운동장을 돌다가 올려다 본 저녁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비 온 뒤의 맑은 노을은 눈으로만 보기엔 너무 아깝다. 사진쟁이의 숙명은 결국 노동을 동반해야 하는 법. 운동장을 달리던 속도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