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수요일.
간밤에는 모처럼 따뜻하고 편하게 잤다.
밤늦게 세차게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내렸지만
아침에 일어나 민박집 2층 창문을 열어젖히니 하늘과 바다가 모두 푸르다.
화창한 '보길도의 아침'이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권유로 자전거를 대여했다.
무거운 짐은 모두 민박집에 맡겨 놓고
카메라와 스케치북만 챙겨 나왔다.
배낭이 가벼우니 날아갈 것 같다.
7년만에 다시 찾은 보길도.
어디부터 갈까?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
세연정(洗然亭)은 고산 윤선도의 정자다.
반나절동안 그의 정원에서 한가하게 노닐었다.
정원을 나설때까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그의 연못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두번째 찾은 곳은 동천석실(洞天石室).
윤선도가 말년에 머물렀다는 부용동에서 경치가 제일 아름다운 곳.
산중턱을 올라 그가 서책을 읽던 정자에 앉아 나는 풍경을 훔친다.
왜 그가 세속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신선처럼 자연에 동화되었느지 알것 같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앉혀 놓는다.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망끝전망대.
7년전에 차로 다닐때는 금새였는데.
오르막과 내리막길.
자전거도 고생고생.
망끝전망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진다.
아쉽지만 선창리에서 붉은 해를 놓아준다.
석양이 남겨놓은 한줌의 빛은
돌아가는 길 위에 어렴풋이 놓여 있고,
나는 그 길 위에 아련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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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세연정
너무나 오래 걸린 세연정 스케치.
초등학교 담장 너머 세연정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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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동천석실
산중턱에 있는 동천석실. 그곳에으로 가는 길은 사스레피나무 숲길이다.
윤선도의 정자안에서 바라본 부용동.
와인낙일(臥人落日)-정자에 누우니 하루가 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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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자전거에서 바라본 풍경
소박한 한톨한톨.
석양이 남겨놓은 한줌의 빛은 돌아가는 길 위에 어렴풋이 놓여 있고, 나는 그 길 위에 아련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