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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강진 마량포구에서 장흥까지



10월 16일 금요일.
내일부터 남도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신선한 공기 덕분인지 일찍 깼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아침을 하는 사이에 근처 해동사를 찾았다.
절 앞마당에 서니 금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약도에서 보는 금일도는 마치 부처님이 누워있는 듯 편안한 모습이다.
낚시꾼들을 태운 배가 가사해변에 일찍부터 진을 치고 있다.
민박집 아주머니는 아침밥을 고봉으로 담아 준다.
걸어다니려면 '밥심'이 있어야 한다며.  

민박집 아저씨는 오토바이로 고개 너머 버스정거장까지 굳이 태워다 준다.
조약도 다리를 건너 고금 읍내까지 가는 시골버스는 1시간을 기다려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읍내 터미널에서 강진가는 버스를 또 기다린다.
터미널에서는 난데없이 내 '카메라'가 스타가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들이 주위에 몰리더니
만져보고 찍어보고 야단법석이다.
"예전에 나도 그 머시기 필롬 카메라가 있었는디....요놈은 찌그니께 금새 나와쁘리네."
카메라는 한참동안 수난을 당해야 했다.

고금대교를 넘자마자 강진 마량포구.
버스표는 강진읍내까지 끊어놓고 마량포구에서 내리니 손해막심이다.
할수없다.
어차피 목적지를 정해놓고 가는 여행도 아닌 것을...
마량포구에 도착하닌 하늘이 흐려진다.
아무래도 내일은 비가 오긴 올 모양이다.
정오가 넘어서인지 포구가 한산하다.
부산한 모습을 보고싶기는 했지만 고기잡이 배가 많이 들어오는 새벽이나 가능한 풍경이다.
배낭에서 1시에 꺼낸 스케치북.
4시가 넘어서도 작은 포구의 모습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림은 참 어렵다....

마량포구에서 장흥까지는 완행버스를 탔다.
왠만한 마을은 다 들어갔다 나온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보이는 것은 많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색시는 아이들과 장을 보고 오고,
학교를 파한 학생들은 먼지 투성이 시골버스에 즐거운 낙서를 하고,
젊은 버스기사는 중간중간 10여분 정차하는 터미널에서 나에게 담배를 빌린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장흥 수문리.
정거장을 잘못 내려 버스가 간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어느덧 하늘을 덮은 구름 뒤편에서 어렴풋이 해가 또 진다.
'철써덕~ 철써덕~'
해변을 때리는 파도가 내 귓가를 사정없이 때리고 도망 간다.
백사장 바로 옆에 잡은 숙소.
오늘 밤은 아마도 밤새 파도 소리를 들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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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조약도 아침산책





<사진2>강진 마량포구






<사진3>완행버스의 즐거움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


버스터미널 옆. 기념사진 박아달라는 동네 할아버지들의 강한  요청.


숨은그림 찾기.


버스 창문밖 풍경.


마을사람들은 타고 내리고, 타고 또 내리고...간간이 승객이 고작 나 혼자일때도 있었다.



버스에 낙서하기.




<사진4>장흥 수문리

전깃줄에 걸린 노을.

해지는 시간은 저녁밥 짓는 시간.


나를 위한 가로등.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나의 셔터속도 30초에 묶여있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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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친단다.
나의 이번 여행은 10/10을 다 채우는 내일,
비를 맞으며 걷고 있을 보성 녹차밭 근처 어느 길가에서 끝을 맺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