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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는 기쁨

                                                                                                                                  비온 아침 베란다앞 풍경1



                                                                                                                                 비온 아침 베란다앞 풍경2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금속 악기의 소리로 곡을 시작해서,
곡의 끝에서는 그 소리를 거두어들이는데,
온화하면서도 끊어질 듯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지며 온갖 악기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게 한다.
이에 한 악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늘은 일 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그 시작에는 피어나고 우거지고 곱고 어여뻐서 온갖 꽃이 향기를 뿜는다.
그 끝 무렵에는 빨간 색과 노란 색,
자주 빛과 푸른 빛으로 물들이고 단장하여,
넘실넘실 일렁이며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한다,
그런 다음에야 거두어들여 깊이 간직하니,
그 오묘한 능력을 뽐내고 빛내려는 것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번 불자마자 쓸쓸히 다시는 피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앙상하게 다 저버린다면,
그래도 한 악장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산 속에 산 지 몇 해,
매번 나무가 붉게 물드는 때가 되면 술을 준비해서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기곤 하였다.
이것은 참으로 곡을 마무리하는 연주(曲終之奏)에 느끼는 바가 있어서였다.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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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책을 읽고 있다가 창밖을 보니
200년 전 다산이 가을 단풍을 보고 느낀 감상이
나에게 생생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가을 바람이 불자마자 다 저버린다면 그래도 한 악장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