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8
불쑥 나선 가을 여행.
기간도 행선지도 목적도 정하지 않는다.
마음이 향하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간다.
다만 나는 이번 여행의 이름을
'맑은 영혼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만 명명할 뿐이다.
갑사(甲寺).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문득 생각나서다.
갑사에서 동학사로 넘어가는 산길도 걷고 싶고
수필에 등장하는 남매탑의 풍경을 손으로 직접 그려보고 싶기 때문이다.
속옷과 양말 10켤레.
여분의 바지와 윈드자켓.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초한지.
하드카버로 된 드로잉북과 4B연필 3자루.
카메라와 렌즈 3개.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노트북까지...
시골버스에서 내려 갑사로 걷다보니
배낭에 주섬주섬 넣어 온 욕심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공주 시내에서 헤매다가 시간을 허비한 탓에
갑사에 도착하니 가을해가 짧다.
무수히 많은 절을 다녔지만 대웅전에 들어 절을 올리기는 처음이다.
맑은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범종루.
개인적으로 사찰에서 가장 운치있는 건물이라 여기는 곳이다.
영주 부석사는 해탈문인 안양루 아래에 있고,
청도 운문사는 사찰 입구가 범종루다.
갑사는 사찰 입구 왼쪽편에 있다.
저녁 6시.
노스님이 범종루에 올라 범종을 울린다.
맑고 청명한 소리다.
"종소리 들어 번뇌를 끊고
지혜를 길러 보리를 이루어
지옥을 떠나고 삼계에서 벗어나
부처를 이루어 중생을 모두 건지라"
노승이 서른세번 범종을 울리며 외우는 게송(偈頌)이다.
산사에 일찍 찾아온 어둠이 내려가는 걸음을 재촉한다.
사하촌에 민박을 정하고 나니
넓은 들판에 개울음 소리만 요란스럽다.
내일은 갑사에서 동학사로 넘어가기로 지금 정한다.
공주 시내버스 터미널.
갑사.
단풍이 먼저 와 있었다면 더 좋으련만.
갑사 범종루.
낮에 걸었왔던 길. 갑사 입구
사하촌(寺下村)의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