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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품고 수백년을 살아오다. 도동항 입구 가파른 바위 언덕에 혼자 매달려 있는 이 향나무는 제가 머물렀던 여관방 4층에서 창문만 열면 아침 저녁으로 보였습니다. 암벽에 매달려 있는 이 나무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향나무인 '석향'의 모습입니다. 두팔을 벌린 채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은 듯 했습니다. 비오는 날에 찍어서 그런지 조금은 그 모습이 외롭고 구슬퍼 보입니다. 마치 저의 처지를 보는 듯해서 동정심마저 들었습니다. 석산 암벽에서 홀로 수백년 동안 해풍에 시달리며 수명을 이어왔을 석향의 인내와 끈기를 생각하니 슬픔과 외로움을 뛰어 넘는 경외심을 느낌니다. 더보기
미니 스커트 설악산 단풍 30년동안 설악산만 찍어 오셨다는 성동규씨. 그가 표현한 설악은 미니 스커트 산이랍니다. 웬 미니 스커트냐고요? 그분의 표현에 의하면 금강산은 바위가 너무 많이 드러난 비키니산이고, 설악산은 금강산에 비하면 주요 부위가 살짝 가려진 미니 스커트 산이랍니다. 재미있는 표현이었습니다. 6일 설악산 단풍을 찍으러 간 양폭산장에서 성동규씨를 만났습니다. 얘기 듣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재미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웠습니다. 덕분에 밤하늘 새벽 별도 실컷 보았습니다. 그 분이 찍어온 30년 경륜의 설악 사진에 비하면 저의 사진은 진짜 1박 2일 짜리의 사진에 불과 합니다. 70년대 초부터 설악산에 살다시피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것에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같은 사진쟁이로서 존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염치 불구하.. 더보기
조약돌이 깨우는 아침 힘들게 찾은 보길도 예송리 해변. 해가 멋있게 뜨기를 새벽부터 노심초사 기다려 봅니다. 사진쟁이에게 일출은 거를 수 없는 의식처럼 간절합니다. 이양이면 멋있게 담고 싶은 것이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예송리 해변을 수천년동안 지켜왔을 몽돌에게 전해졌나 봅니다. 실눈 부비며 해변으로 나온 못다잔 잠을 시원스레 깨워줍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 들으면 그 소리가 애잔하기도 합니다. 많은 몽돌 해변을 다녀봤지만 예송리 해변에서처럼 몽돌에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곳은 차마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라던 멋진 일출은 결국 짙게 낀 구름의 방해로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구름을 찢어내는 햇살의 힘은 카메라에 담긴 필름을 태우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맺힙니다. 어젯밤 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