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하루에 두번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나침반처럼 여수항의 포구는 등대를 깊히 품고 있다. 간혹, 깊은 낮잠에서 깨어나 때를 가늠할 수 없을 때 벽에 걸려 있는 무심했던 시계가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아 주듯이 등대의 불빛은 폭풍우 몰아치는 칠흑같은 밤에 숨죽이며 방향키를 잡고 있는 주름많은 작은배의 선장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해준다. 새벽을 달려 도착한 여수항. 가야할 목적지는 여수항에서 배를 타고 서둘러 가야하는 작은 섬이었지만 배를 타기위해 걸어가는 포구에서 만난 해맞이 등대의 풍경은 잠깐 셔터를 누르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내가 지나간 시간이 지나면 항구에 가득찰 온갖 것들이 이른 아침에는 비어있어 소박해 보인다. 덩달아 포구를 둘러싼 인심좋은 바다도 숨을 죽이며 해오름의 몸단장을 하느라 얼굴이 붉어 있.. 더보기 파도는 소리없이 운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제주다. 제주 사진만 20년 넘게 담아오셨던 故김영갑선생님에 비하면 나의 여정은 보잘것 없고 초라하다. 그분의 사진에서도 나타나듯이 제주는 바람의 땅이다. 바람으로 인해서 그의 풍광은 비로서 빛을 얻는듯 하다....제주 송악산에서 내려본 나의 바람은 파도의 거센 소리마저 잠재운다. 사흘아침을 내리 찾았던 송악산에서 파도가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음의 욕심을 채우고 나서 부터인 듯 하다. 여유가 생긴 시선은 절벽밑에 숨어있었던 파도로 향한다. 그렇게 힘차게 바위에 부딪치며 울부짖고 있었는데도 알지 못했었다. 제주의 바람이 파도를 일으켰지만 그 소리는 잠재우고 말았던가. 파도는 제 몸으로 바위를 때리며 홀로 소리를 세우고 있었지만 나는 그소리를 알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큰.. 더보기 긴 휴식처럼 잎이 떨어진 감나무, 파란 하늘아래 앙상합니다. 가지 끝에 달려 있는 홍시감만 애써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감나무 아래 누워 있는 대나무 장대는 홀로 남은 시골집 할머니의 키의 몇배는 되어 보이지만 마음 가득한 할머니는 오늘도 높이 달린 감을 많이도 남겨 놓았습니다. 할머니가 마실 나간 시골집 마당, 눈빛 선한 강아지 한마리가 양지 바른 곳을 찾아 알맞게 자려고 짧은 꼬리를 말아 눕힙니다. 군데군데 구멍난 대나무 평상에는 할머니가 말려 놓은 감말랭이 조각들이 행복한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돌 담장 낮은 시골집 마당으로 한가한 가을 햇살이 한움쿰 몰려 듭니다. 평상에 누워있는 감말랭이를 한쪽으로 살며시 모으고 그곳에 지친 몸을 눕혔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 한가득 눈밑으로 몰려듭니다. .. 더보기 이전 1 ··· 153 154 155 156 157 158 159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