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찾은 보길도 예송리 해변.
해가 멋있게 뜨기를 새벽부터 노심초사 기다려 봅니다. 사진쟁이에게 일출은 거를 수 없는 의식처럼 간절합니다. 이양이면 멋있게 담고 싶은 것이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예송리 해변을 수천년동안 지켜왔을 몽돌에게 전해졌나 봅니다. 실눈 부비며 해변으로 나온 못다잔 잠을 시원스레 깨워줍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 들으면 그 소리가 애잔하기도 합니다. 많은 몽돌 해변을 다녀봤지만 예송리 해변에서처럼 몽돌에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곳은 차마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라던 멋진 일출은 결국 짙게 낀 구름의 방해로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구름을 찢어내는 햇살의 힘은 카메라에 담긴 필름을 태우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맺힙니다. 어젯밤 짙은 어둠에서부터 아침을 기다려 왔을 고깃배의 끈질긴 잔잔함이 파도를 타고 예송리 해변의 아침으로 조용히 몰려 오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시인은 광야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말했지만 저는 예송리해변 몽돌을 보며 "부지런한 파도가 검고 둥근 갯돌에 제몸을 부딪치며 피고 지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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