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나침반처럼 여수항의 포구는 등대를 깊히 품고 있다. 간혹, 깊은 낮잠에서 깨어나 때를 가늠할 수 없을 때 벽에 걸려 있는 무심했던 시계가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아 주듯이 등대의 불빛은 폭풍우 몰아치는 칠흑같은 밤에 숨죽이며 방향키를 잡고 있는 주름많은 작은배의 선장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해준다.
새벽을 달려 도착한 여수항. 가야할 목적지는 여수항에서 배를 타고 서둘러 가야하는 작은 섬이었지만 배를 타기위해 걸어가는 포구에서 만난 해맞이 등대의 풍경은 잠깐 셔터를 누르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내가 지나간 시간이 지나면 항구에 가득찰 온갖 것들이 이른 아침에는 비어있어 소박해 보인다. 덩달아 포구를 둘러싼 인심좋은 바다도 숨을 죽이며 해오름의 몸단장을 하느라 얼굴이 붉어 있다.
어느 바다에서나 느끼는 것이지만 해떠오는 아침, 여수의 바다도 몸단장을 하느라 여지없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가 오지 않았던 어제 오후, 해가 질때 그랬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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