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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나봐!(기억은 계절따라 흩어져 가겠지) 무용평론가이며 시인이며, 화가이신 김영태 선생님. 선생님이 즐겨 찾는 대학로의 조그만 카페는 선생님의 분위기를 무척 닮아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작은 덩치만큼이나 카페도 아담했습니다. 음악이 시처럼 흘러나오는 카페엔 선생님이 즐겨 앉으시는 자리가 있더군요. 햇살이 고운 바깥이 잘 내다보이는 자리. 오랜만에 카메라 가방에서 낡은 흑백필름을 꺼내 봅니다.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부터 흑백필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연거푸 피는 담배가 꿀처럼 달아 보였습니다.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순의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불현듯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세월에서 "먼지 쌓인 사랑"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별은 만남보다 참 쉬운건가봐 차갑.. 더보기
찬란한 슬픔 남제주에서도 남쪽 끝머리에 앉은 송악산. 높이는 104m 밖에 되지 않는 키작은 산이지만 남쪽바다를 내려다보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벼랑 앞에 서면 시원스레 탁트인 바다 너머 마라도와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이 둥실 떠 있다. 서쪽으로는 옥황상제가 한라산의 봉우리를 뽑아 내던진 것이라는 수려한 산방산이 펼쳐진다. 서서히 푸른 기운이 도는 초지 위엔 염소떼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너무나 평화롭지만 사실 송악산은 가장 치열했던 일제 수탈의 현장이다. 깎아지른 듯한 송악산의 해안절벽 아래엔 15개의 동굴이 거미줄처럼 뚫려있다. 일본이 어뢰정을 숨겨놓기 위해 제주사람을 강제동원해 판 인공동굴. 당시 우리 땅에 주둔했던 일본군 중 절반 가량인 7만 명이 제주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연합군과 결전을 벌인다.. 더보기
형제섬의 아침맞이2 제주의 형제섬이 일출을 맞고 있습니다. 모래밭도 찬란한 햇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출전 하늘의 고통은 출산을 앞둔 산모의 진통과도 같습니다. 상기되어 있는 하늘의 표정이 여기저기서 숨기지 못합니다. 세상을 환하게 밝혀줄 빛을 토해내기가 쉽지 않은 듯 보입니다. 오늘따라 구름도 길을 쉽게 내어줄 듯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자연의 의식이지만 오늘따라 그 진행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상기된 채 일출을 기다려 봅니다. 일출전의 구름의 움직임이나 하늘의 빛깔이 일출후의 그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런 기다림의 설렘임이 묻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