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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를 불태우는 작은 장작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칼바람이 뼈속까지 파고드는 무서운 겨울. 차갑고 맹렬한 겨울바람앞에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서 계십니다. 할머니에게는 혼자서는 도저히 삶을 지탱할 수 없는 어린 여섯명의 손자 손녀가 갸날프게 아직은 걱정없는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앞둔 철거촌에서 혼자 여섯 손자를 먹여야 하는 칠순의 할머니는 붉은 완장을 옆에 차고 있는 우락부락 깍두기 머리의 젊은이들이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모두들 그 붉은 완장의 기세에 밀려 삶의 마지막 은거지를 박차고 쫓겨갈 수 밖에 없었지만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삶의 초라한 현장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을 받은 할머니와 여섯손자는 남에게 쫓길일이 없는 조그만 전세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바람 무서운 겨울이 새로운 붉은 완장으로 다가옵니.. 더보기
하루의 끝에서 (몽골, 헙스걸호수. 린호프612카메라,58mm, 조리개32, 1/15초, ISO50필름,2004년6월) 하루의 끝. 지는 해는 낮동안 대지에 아낌없이 뿌린 빛을 다시 모아야 성이 찰 듯 자꾸만 거칠어져 갑니다. 호수에 물든 붉은 빛줄기가 가물어 질수록 내안에 머물러 있던 청춘도 멀어져 가는 듯 합니다. 한낮의 뜨거웠던 사랑도, 기나긴 밤의 가슴아픈 시련도 오직! 시간만은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배웁니다. 나를 둘러싼 자연의 계절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잊지않고 내앞에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비어만 가는 젊은 날의 아련한 옛추억이 강열한 화염에 녹아든 촛농처럼 견고하게 굳어져 간다고 하더라도, 이젠 다시 뒤돌아 보지 않으렵니다! 이국에서 홀연히 보는 빛의 마지막 향연을 보며 다짐합니다. 나를 .. 더보기
하루의 언덕을 내려오다 (마미야645카메라,45mm,1/125초,조리개5.6 ,ISO100) 노루꼬리보다 짧은 희망의 빛이 찬바람에 모질게 시달리는, 철지난 억새의 머리 끝에서 가늘게 흩날립니다. 매서운 바람이 희망을 잉태한 씨앗을 땅으로 떨어뜨려 놓는다고 하더라도, 쓰러지는 태양이 토해내는 빛줄기에 흔들리는 가냘픈 허리가 오늘따라 애잔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수없이 반복되었던 나의 삶의 절기에 이제는 익숙해 질때도 되었건만, 오늘도 지는 해를 보다가 가슴만 비비며 하루의 언덕을 내려오고 맙니다. 내일 또 해지는 언덕을 습관처럼 찾겠지만 용기없는 나의 외침은 끝내 슬픈 메아리가 되어 가슴속에서만 요동치고 말것 같습니다. (해지는 김포들녁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