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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길을 걸었다는 듯이. (제주앞바다, 펜탁스67카메라, 150mm, 조리개32, 1/8~1/30초, ISO50필름) 어둠이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밤새 숨죽였던 바다가 시린 눈을 비비며 마지막 잠을 뒤척일 무렵이었습니다. 해변에 무거운 카메라를 잠시 휴식처럼 뉘여 놓을 찰나, 단촐한 차림의 낚시꾼이 어둠을 뚫고 내 옆을 지나쳐 갔습니다. 욕심없는 눈망울의 반백의 중년이었지만 발걸음은 민첩했습니다. 마치 매일 새벽 그 길을 걸었다는 듯이.... 동이 트고, 태양이 구름을 찢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붉음으로 물들일 무렵, 그 낚시꾼이 바다에 오랫동안 담궈 놓았던 낚시 바늘을 손깊이 들어 올리며 어둠보다 더 검은 바위를 타고 뭍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늘 그랬왔듯이 능숙하게 사각의 플레임에 마약처럼 빠져 들고 있었습니다...... 더보기
내아픔 아시는 당신께 (울릉도 일출, 마미야7카메라,150mm, 1/125초, 조리개 16,ISO50필름) 중국인들은 자기때의 해를 "번밍년"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제 며칠밖에 남지않았지만 2005년 을유년은 저의 번밍년이었습니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찾아서 해변을 이리저리 누비던 기억이 아직도 따뜻한데 어느듯 긴꼬리 감추며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저녁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떠오른 붉은 태양을 찍다가도, 진도 세방리에서 바다로 추락하는 일몰을 찍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지리산을 종주하며 끊없이 반복하며 들었던 노래. 조하문의 "내아픔 아시는 당신께"........... 배낭에 꿈을 담고 산모퉁이를 돌때도 텐트를 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독한 소주로 높은 산 추위를 떨치때도 귓속으로는 .. 더보기
가슴앓이 (울산 대왕암, 마미야7카메라, 65mm, 조리개 11, 1/125초, ISO50필름) 전라도에 눈난리가 난 엊그제 수요일 오후. 나의 발걸음은 경상도의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매번 떠나는 여행이건만 이번만은 마음속 무거운 번민으로 가볍지 않다. 울산 대왕암. 바다로 이어진 절벽에 나를 세웠다. 귓가를 때리는 매서운 바람에도 나의 번민은 미동조차 않는다. 바다를 타고온 짠 바람이 눈가에 차갑게 맺힐때, 나는 나의 생각이 만든 허상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떨칠수 없는 가슴앓이, 그림자처럼 나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