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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계곡길따라, 새햐얀 구름길을 (2004년 1월, 월정사계곡, 펜탁스67카메라, 250mm, 조리개45, 1/2초, ISO50필름) 오대산 월정사 계곡. 밤새 흰눈이 사뿐이 내렸나 봅니다. 아침 빛을 쫓아 새벽부터 서둘러 찾았건만 산깊은 계곡, 게으른 빛은 꼬부랑 고갯길 돌아 발걸음이 더딥니다. 산사를 감싸고 도는 굽은 계곡은 은빛에 둥글게 둥글게 잠들어 있습니다. 어제 보았던 낯익은 개울가 바위들도 눈속에 꼭꼭 숨고 말았습니다. 눈이 오기를 내내 기다린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부끄럼이 많은 개울가 바위도 오늘만은 흥겹습니다. 한여름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를 밤사이 봉긋봉긋 감추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하늘위 성난 구름들, 밤새 서로 싸우다 지쳐 눈이되어 떨어졌지만 땅으로 떨어지며 바위위에 포근히 안착한 하늘 구름은 바위.. 더보기
눈꽃처럼 흩날리는 한해의 꽃길을 따라 (지리산 제석봉에서, 니콘 F4카메라, 105mm, 조리개 32, 1/125초, ISO50필름) 지리산에서 설랜 아침을 맞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리산은 묵묵히 아침해를 솟구쳐 올립니다. 대장장이의 날세움보다 뽀족한 찬바람이 제석봉의 얼어붙은 새하얀 볼을 끊없이 때려보지만 용솟음치는 태양의 강열한 의지 앞에서는 날카로운 날조차 능선에 날아와 숨을 누이고 맙니다. 강산이 딱 한번 변할 만큼의 시간동안 매일 둥근 셔터에 손을 올려 보았지만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순간은 매번 새롭고 경이롭습니다. 3월의 풀꽃처럼 싱그러운 웃음을 지닌 여인에 대한 사랑은 시드는 꽃잎처럼 가슴속으로 가슴속으로만 오그라들고 말지만, 구름을 뚫고 붉은 기운을 하늘 가득 퍼뜨리는 저 태양의 따스한 냉정함은 언제나 그 크기가.. 더보기
못내 아쉽습니다 (울산 간절곶 앞바다, 니콘F5카메라, 200mm렌즈, 조리개 8, 1/500초, ISO50필름) 동해 앞바다. 바위와 파도가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하얀 슬픔의 포말이 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냅니다. 2005년, 우리는 사진속의 바위이며 파도 였습니다. 성난 파도가 되어 자신보다 약한 묵묵한 바위를 때렸으며, 때론, 저항못하는 바위가 되어 거친 파도에 부딪치며 멍든 아픔을 홀로 삭여야만 했습니다...... 한해가 끝나는 시간의 해안선에 서서 바위와 파도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나의 성난 파도에 말없이 아픔을 숨겨야 했던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의 바위에게 미안함을 표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파도가 되어 나의 바위를 때렸던 파도의 성난 분노를 산산히 부서지는 포말처럼 이제 용서하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