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겨울을 잘라 설익은 봄을 부르고... (흰눈온 뒷날 덕유산에서,펜탁스67카메라,80mm렌즈, 조리개22, 1/15초, ISO50필름) 고목은 새하얀 눈을 맞아 ‘흰색 물결’입니다. 바람은 겨울을 잘라 설익은 봄을 부르고, 산은 구름을 홀겨 제 허리에 둘렀습니다. 영겁의 세월동안 바람에 깍인 바위는 검은 머리에 흰 머리카락을 살뿌시 하늘로 내밀고, 사람이 내놓은 능선길따라 눈발자국 새롭습니다. 어둠을 뚫고 파도되어 밀려왔던 아침빛은 능선에 뿌려져 펑퍼짐하고, 어깨 마주댄 첩첩산엔 깊은 주름살 아늑합니다. 아! 바람앞에 내놓은 설익은 마음은 언제쯤에야 익어갈까요? 더보기 불꽃,그 즐거운 상념 (소양감댐앞 닭갈비집에서, 니콘F5카메라, 50mm렌즈, 조리개 2.8, 1/60초,I SO50필름) 강원도 출장길 저녁에 들린 한 음식점 벽난로. 장작타는 냄새가 코끝을 타고 향기롭게 들어옵니다.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푸슥푸슥한 향내가 갓 볶아낸 커피향보다 싱그럽습니다. 연기는 어느듯 몸에 배어 옷자락과 손등까지 타고 옵니다. 벽난로를 가득 채운 장작은 탈수록 본래의 형체와 꿈을 잃어 가고 있지만, 나는 그 냄새에 취해 잠시 즐거운 상념에 빠져 봅니다...... 참 먼길을 우리는 걸어온 듯 합니다. 지친 육신과 마음은 벽난로 주위만 맴돌고 있습니다. 헛된 욕심과 이루워질 수 없는 사랑을 벽난로 속으로 던져 태우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저 타는 불꽃보다 강.. 더보기 은비령을 찾아서 (은비령의 밤풍경,린호프612카메라, 58mm렌즈, 조리개5.6, 노출시간 5분, ISO400필름)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5백만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 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비스조드로 날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여자가 잠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더보기 이전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