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일차>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물었다. 지리산 둘레길-1일차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물었다. 처음부터 지리산을 가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히말라야를 세 번째로 가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늘 뜻대로 되지 않았는게 내 인생이다. 지난해 회사에서 받아 놓은 보름 휴가를 9월에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하나의 결정 때문에 휴가를 앞당겨야 했다. 지금 히말라야는 우기다. 보름 내내 비만 맞다가 올 판이었다. 급하게 딴 곳을 고민하다 지리산으로 정했다. 여름 초입에 웬 지리산? 주위에서는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특별히 뜻한 바는 없다. 그냥 좀 걷어싶어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열흘쯤 걸어볼 생각이다. 이왕 작정하고 고생하러 나선 길. 미니 삼각대 셀카 지리산길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와 120여개 .. 더보기
에티오피아의 눈물<2>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맏형 카사훈(Kassahun) 카사훈은 내가 만난 에티오피아 난민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올해 47살이다. 그를 처음 만난 날 우린 저녁을 함께 했다. 이왕이면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려고 회사 앞 맛집 중에서 주꾸미 구이집을 일부러 정했다. 이집은 내가 이십년 넘게 다닌 맛집이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였다. 그런데 막상 카사훈은 주꾸미를 먹지 못했다. 아니 해산물 자체를 먹지 못했다. 아뿔사... 에티오피아가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첫만남을 미안함으로 시작한 셈이 되었다. 지난 8일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다. 그는 부평에 살고 있다. 미리 알려준 주소를 취재차량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준 목적지는 한 유원지 초입의.. 더보기
에티오피아의 눈물<1> (한국에 체류 중인 에티오피아 난민들에 대한 취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지난달 5월 22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앞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촉구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회사를 돌아가는 길에 맞은편 도로에서 또다른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단 한명의 기자도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회견이 열리고 있었지만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에티오피아 애국단체 'Ginbot7'의 일원이라고 밝힌 난민 20여명이 한글로 적힌 손피켓을 들고 청와대 방향을 향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들의 집회를 보호하고 감시하는 경찰들만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티오피아 난민의 존재와 규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