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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잘닦아 놓은 신작로를 내달리는 것처럼

 

(포항 내연산계곡에서, 펜탁스67카메라, 150mm렌즈, 조리개 16, 1/250초, ISO50필름)

굉음을 토해내는 폭포옆에서는 물소리빼고는
아무소리도 들을수 없었습니다.
육중한 바위를 끊임없이 쪼아대는 물의 즐거운 비명소리만 있었을 뿐입니다.

복잡한 도심의 길거리였다면 분명 듣기 거북한 소음이었겠지만,
녹음이 우거진 산골에서는 귀까지 호사를 누려봅니다.

바위에 부딪혀 튕겨나오는 물방울들이 얼굴에 와 닿습니다.
목마른 피부는 한방울도 소홀(疎忽)히 하지 않습니다.
 
잘닦아 놓은 신작로를 내달리는 것처럼
내연산 골짜기를 타고온 폭포수는 무거운 짐을 끊임없이
절벽밑으로 쏟아 붓습니다.

좁은 계곡 상류에서 떠밀려 내려온 여린 물방울들은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뛰어내리듯
꽃잎처럼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물소리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내연산계곡에서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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