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째 남대문시장 지키는 그릇가게 민용규씨
중앙상가 C동 3층은 그릇도매상가다. ‘대성혼수’ 민용규씨(44)는 2대째 이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덴비, 코렐, 코스타노바 등 국산 및 수입 주방용품을 판매한다. 올해로 20년째다.
'대성혼수' 민용규 사장.
민씨의 부모님들은 C동 2층에서 45년간 이불도매상을 했다. 민씨는 대학생 때부터 부모님의 이불가게에서 틈틈이 배달과 창고정리를 하며 일을 익혔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부모님의 이불가게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일을 시작한지 8년째 되는 해에는 3층으로 옮겨 그릇가게를 차렸다. 그러나 민씨는 적당한 이윤을 붙여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것이 늘 어색했다. 장사꾼이 이윤을 남기는 게 당연한데도 꼭 남을 속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사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가 좋았던 때라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됐다. 혼수철인 봄과 가을에는 정신없이 바빴다. 90년대 말 IMF가 닥쳤을 때도 위기를 무사히 잘 넘겼다. 가게도 한 칸 늘이고 상품도 다양하게 꾸몄다. 주 거래처인 한국도자기에 디자인을 의뢰해 만든 ‘다나한 홈세트’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을 지나며 장사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경기부진 탓도 있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인터넷 쇼핑몰의 영향이 컸다. 인터넷 쇼핑몰과는 가격 경쟁에서 늘 밀렸다. 상가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때부터 블로그(http://blog.naver.com/enamdaemoon)를 운영하며 가게 홍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번 여름, 민씨를 비롯한 C동 그릇상가 상인들은 휴가까지 반납했다. 중앙상가가 개설된 지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려운 경기를 타개해 보기 위한 상인들의 몸부림이었다.
지난달 3일 서울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C동 3층 연결다리에서 박병수 회장을 비롯한 그릇도매 상인들이 시장활성화를 위한 썸머 페스티벌을 알리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3일 서울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C동 3층 그릇상가에서 박병수 회장(앞줄 왼쪽)을 비롯한 그릇도매 상인들이 시장활성화를 위한 썸머 페스티벌을 알리며 주방용품을 들고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씨는 남대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차 문제와 높은 상가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주차장을 갖춘 신세계백화점이 바로 옆입니다. 낮 시간에는 백화점 주차장이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백화점 주차장을 시장과 연계해 사용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씨는 인터넷 쇼핑몰과 경쟁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세워고 있다. “우선 물건을 통해 신뢰를 파는 것이 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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