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항의 새벽 하늘은 여지없이 갈매기들의 세상이다. 저녁때보다 가벼워진 갈매기들은 맛있는 아침을 찾기위해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를 줄기차게 따라 다닌다.
갈매기의 섬인 남해 홍도에도 갈매기가 많지만 강원도 장호항도 그에 못지않는 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지다.
마음 바쁜 어부들은 무리지어 기웃거리는 갈매기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배고픈 갈매기들은 행여나 배에서 뜅겨나올 물고기 반토막이라도 기대하며 열심히 눈동자를 돌려보지만 어부들의 손놀림은 갈매기의 눈돌림보다 더 여유가 없다.
리처드 바크가 쓴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은 더 높이, 더 자유롭게, 더 아름답게 날기 위해 끊임없이 날개짓하는 꿈을 가진 갈매기지만, 장호항에서 만난 갈매기들은 여느 갈매기와 마찬가지로 물고기 머리만을 쫓는 갈매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벽 일찍부터 부단히 날개짓을 하며 먹이를 구하려는 장호항의 평범한 갈매기들의 힘찬 몸짓에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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