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제주다. 제주 사진만 20년 넘게 담아오셨던 故김영갑선생님에 비하면 나의 여정은 보잘것 없고 초라하다.
그분의 사진에서도 나타나듯이 제주는 바람의 땅이다. 바람으로 인해서 그의 풍광은 비로서 빛을 얻는듯 하다....제주 송악산에서 내려본 나의 바람은 파도의 거센 소리마저 잠재운다.
사흘아침을 내리 찾았던 송악산에서 파도가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음의 욕심을 채우고 나서 부터인 듯 하다. 여유가 생긴 시선은 절벽밑에 숨어있었던 파도로 향한다. 그렇게 힘차게 바위에 부딪치며 울부짖고 있었는데도 알지 못했었다.
제주의 바람이 파도를 일으켰지만 그 소리는 잠재우고 말았던가. 파도는 제 몸으로 바위를 때리며 홀로 소리를 세우고 있었지만 나는 그소리를 알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큰 덩어리로 다가올때만 해도 거센 분노을 품고 있었지만 정작 물위에 솟은 작은 바위에만 닿아도 소화기의 분말처럼 하얀 거품으로 찢어지고 만다.
큰 바위를 따라 하얀 경계를 만들어 내는 파도의 분말은 끊임없이 물밑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의 물길처럼 바위를 에워싸며 용솟음 친다.
늦은 시선이 긴 눈길을 만들어내는 제주 송악산. 아침 빛을 만난 송악의 파도는 분노와 소리마저 하얀 꽃잎을 앞세워 한없이 바위에 헌화하고 만다.
바람의 땅 제주에서는 파도는 그렇게 소리없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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