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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눈썹달 바람났나봐

 작년 2월, 완도 금당도에서 만난 바람난 초생달 입니다.

이제 막 바다를 건너온 싱싱한 바람이 도시생활에 지친 나그네의 마음에 금빛 봄바람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붉은 해와 함께 떠오른 초생달도 싱싱한 모습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정신을 잃은 듯 초생달이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붉은 기운이 도는 푸른 하늘에 숨은 듯이 매달려 있습니다.
 보성만에 자리잡은 금당도는 완도에서 배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15개 무인도 거느린 섬입니다. 우리땅 최남단은 해남의 땅끝. 완도의 금당도는 위도 상으로는 해남 읍내보다 남쪽에, 땅끝보다는 북쪽에 있습니다.
금당도 앞바다는 여객선이 오가는 뱃길만 빼고는 모두 양식장입니다. 섬이 양식장에 둘러싸인 형국. 섬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부표들이 어지럽게 떠있습니다. 뭍의 어느 들판보다도 광활한 미역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1975년 6,400명이었던 인구가 85년도엔 4,000명으로 줄었고, 지금은 576세대, 1,370명에 불과합니다. 금당도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섬. 면적 13.91㎢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우체국, 농협, 파출소, 이발소, 노래방, 단란주점이 한 곳씩 있습니다. 미용실은 2곳, 교회는 3곳 목욕탕과 주유소는 없습니다.
승용차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1시간이면 족한 섬이지만 곳곳에 경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도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고갯마루에선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뿌려져 있는 다도해가 바라다보입니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 아득한 곳에 몽환처럼 떠있는 금당도의 아침에 눈썹달이 바람난 채 붉은 기운을 보듬고 있습니다. 







<초생달>


커다란 빌딩 사이로 오늘도 어제처럼 어설프게 걸린 하얀 초생달

이맘때쯤이면 별로 한일도 없이 내 몸과 마음은 왜 이렇게 지쳐오는 걸까
언젠가 잃어버렸던 내마음 한구석 그 자릴 채우려 내가 또 찾아 가는 곳

아무 약속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별다른 얘긴 없지만 메마른 시간 적셔주는
술잔을 기울이며 뜻모를 너의 얘기와 버려진 하얀 달빛과 하얗게 타버린
또 하루를
난 위로 하면서

술취한 내 두 다리가 서성거리는 까만 밤 뜻모를 너의 얘기와 버려진 하얀 달빛과
하얗게 타버린 또 하루를 난 위로 하면서 술취한 내 두 다리가 서성거리는 까만 밤

커다란 빌딩 사이로 오늘도 어제처럼 어설프게 걸린 하얀 초생달
       -조동익 작사. 어떤날 2집에 나오는 초생달의 가사가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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