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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호수 빛을 토하다

 
 

 나의 조급한 마음은 언제쯤에서야 치료될 수 있을까? 늦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감에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침대에서 뒤척이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에 이천까지는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한 것을 일출을 놓칠까봐 너무 서둘러 달려간 탓에 무려 2시간을 이천 설봉호수 주위를 맴돌며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호수를 감돌고 있는 하늘의 기운은 좋아보였다. 간만에 멋진 일출 사진을 찍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허기진 속을 달랬다. 새벽 5시가 지나자 호수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둘러 나침반을 꺼내들고 명당을 찾는 풍수쟁이처럼 호수 주위를 맴돌았다. 좋은 포인트를 미리 확보하려는 사진쟁이의 심정은 누구나 그렇듯이....
 시간이 새벽에서 아침으로 치달을 수록 호수의 얼굴을 달라지기 시작했다.빛을 머금은 호수는 배가 불러 그 빛을 수면으로 토해내기 시작했고, 배고픈 물고기는 수면으로 뛰어오르며 그 빛을 다시 물속으로 집어 넣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호수의 색깔을 보고 있자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호수를 둘러 싸고 있는 가로등이 꺼지기 전에 호수 야경을 담았다. 이천 설봉호수는 그렇게 큰 호수가 아니라 욕심을 아껴둘 수 있어서 좋았다.
 동쪽부터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일출 사진을 찍는 것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해서 좋다. 대단한 기운에 압도당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에 지지 않게다는 오기가 반작용으로 뒤따른다.
비온뒤의 하늘은 있어야 할 것만 남겨 졌다는 듯이 푸르러지는 동쪽하늘엔 지그재그 구름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치 밤새도록 그자리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는 듯이...일출은 우포늪에서 나를 감동시켰던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새벽부터 달려온 나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일출의 동작은 짧게 호수를 광란의 도가니에 잠시 몰아 놓고  골고루 그 빛을 하늘에  나눠주고서야 끝을 맺었다.

....항상 그렇듯이 그 짧은 동작은 나의 흥분을 가라 앉혀주는 신호탄이다....


1.21일 오전 5시 설봉호수의 새벽 풍경



2.일출 직전의 설봉호수



3.일출을 맞는 설봉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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