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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정지윤의 사진톡톡

배트는 죄가 없다.

배트는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장비다. 얼핏 보기에는 다 똑같이 생겼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모두 세밀하게 조금씩 다르다. 배트는 재질(원목),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7cm 이하), 길이(106.7cm 이하) 제한은 있지만 무게 제한은 없다. 타격은 얇은 방망이 하나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쳐서 원하는 곳으로 보내야 하는 기술이다. 그만큼 정교한 스윙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은 배트가 1g만 무거워지거나 손잡이가 1㎜만 얇아져도 금세 그 차이를 감지한다. 매일 만지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배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 프로용 배트는 맞춤 생산된다. 선수의 체격이나 스윙 스타일에 따라 무게와 길이, 구조가 달라진다. 무게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길이 33~34인치에 무게 850~910g 정도의 배트를 가장 많이 쓴다. 이보다 길면 몸쪽 공 대처가 어려워지고, 이보다 무거우면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길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배트. 당연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통 한 자루에 15만~30만 원 정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 배트는 더 비싸다. 1990년대까지는 선수들이 대부분 자비로 배트를 사야 했다. 새로 산 배트 하나가 경기 중에 부러지기라도 하면 속이 다 쓰렸을 정도다. 2000년대 이후로는 각 구단들이 배트 교환 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쿠폰 금액을 초과하는 배트를 사려면 선수가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질의 배트라도 오래 쓰다 보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국내 프로야구 사진취재를 하다 보면 한 경기당 최소 한 번 정도는 배트가 부러지는 장면을 보게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도 예외가 아니다. 시속 150킬로에 달하는 공을 치다보면 내구성이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송고된 외신사진에서 ‘부러진 배트’를 검색해 보았더니 대략 40장이 넘는 사진이 나왔다. 야구 경기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것은 흔하다는 뜻일 것이다. 타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마치 나무꾼이 쪼갠 장작이 날아가듯 멋지게 부러지는 그 모습이 경쾌하기만 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트레이 만치니가 지난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