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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정지윤의 사진톡톡

4월의 야구장에서 추위에 떨다.

 올해 사진기자 생활 26년째다. 사건, 사고, 집회 등 스트레이트 현장만 취재를 해오다가 오랜만에 프로야구 사진취재를 나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1년 이후에는 야구장을 찾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2001년 이전에 야구장 취재를 할 때는 필름으로 찍어서 신문지면에 마감을 했다. 지금은 모든 게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다. 27일 늦은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바람도 쌀쌀해서 저녁에 우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는 했지만 경기장 출입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출입증이 있는 사진기자들은 일반 관중과 달리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오가는 출입문으로 통과해야한다. 10분 정도 헤매다가 간신히 입구를 찾았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이었다. 그라운드가 있는 지하 1층의 사진기자실부터 들렸다. 사진기자실에는 대여섯 명의 사진기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스포츠 신문의 사진기자들과는 평소 취재영역이 달라 현장에서 만날 일이 별로 없다. 처음 만난 사이처럼 서로 인사를 나눴다. 다행히 한 두 명은 예전에 본 얼굴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스포츠월드의 후배가 일종의 ‘경기장 사용설명서’를 알려주었다.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위치와 1루와 3루쪽 사진기자들이 취재하는 장소와 무료주차 등록방법 등등... 나는 새 학교로 전학 온 전학생처럼 모든 게 낯설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경기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1루쪽에는 홈팀 선수들의 더그아웃이 3루쪽에는 원정팀의 더그아웃이 있다. 경기중에 선수들이 머무는 더그아웃 옆이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취재장소다. 경기 시작 30분 전이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야구장 관계자들이 투수석과 홈쪽 땅이 젖지 않도록 비닐천막을 덮느라 분주했다. 코로나19로 관중석은 텅 비다시피 했다. 그래도 경기는 정시인 오후 6시 반에 시작되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8명의 사진기자들은 가위바위보로 서로가 취재할 위치를 정했다. 사진취재석이 협소해 1루와 3루쪽으로 분산해서 취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1루쪽을 선택했다. 추신수가 속한 SSG샌더스의 더그아웃쪽이었다. 5회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비가 내렸다. 꺼내놓은 노트북과 카메라가 비에 젖기 시작했다. 날씨마저 쌀쌀해졌다. 우산도 방한복도 준비를 못했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일단 뒤쪽으로 물러나 비부터 피했다. 하지만 바다와 가까운 문학경기장의 저녁 찬바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9회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밖에 없었다. 경기는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 종료되었다. 홈팀인 SSG가 큰 점수로 원정팀인 KT에게 패했다. 경기 결과보다 경기가 끝났다는 게 기뻤다. 취재석에 벌려 놓았던 노트북과 카메라를 챙겨서 얼른 사진기자실로 들어왔다. 3시간이 넘도록 찬바람 속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오니 온기가 느껴졌다. 먼저 들어온 옆자리의 후배가 “선배, 오늘 추우셨죠? 5월 중순까지는 방한복을 챙겨와야 됩니다.ㅎㅎ”
 20년 만에 다시 시작한 야구 취재 첫날, 추위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허기도 지고 추위에 떨나보니 따뜻한 오뎅 국물에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비가 내리자 투수석 그라운드를 급하게 비닐로 덮고 있다.

 

관계자들이 홈플레이트 주변에 타자석과 포수석 자리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관중석이 한산하다.

 

추신수의 멋진 홈런을 한편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그는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