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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작업중(作業中)

남대문시장 상인들 <02>

칼국수 골목 '남해식당' 세자매

 

남대문시장에는 칼국수의 달인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 있다. 말 그대로 칼국수골목이다. 5번 게이트에서 시장 안쪽으로 30미터 정도 들어가면 왼쪽 편에 있다. 식당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골목자체가 거대한 식당이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과 의자가 골목양쪽으로 길게 놓여 있다. 10곳의 가게가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모든 식당이 보리밥이나 찰밥을 주문하면 칼국수와 냉면이 함께 나온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다. 그래서 칼국수, 수제비, 냉면, 잔치국수를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식당이 한번쯤 방송출연을 했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남매문시장표 칼국수. 칼국수에 유부,부추,깨, 김가루, 양념장 등이 얹어서 나온다.

 

 골목 중간 왼쪽 편에 있는 남해식당은 김진순씨(61)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 김씨는 30년 전에 의자 4개로 장사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남편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서울로 쫓기듯 올라왔다. 연고도 없는 서울생활은 막막했다. 지인의 소개로 무작정 시작한 칼국수식당.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 음식 장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 장사하고 우리 집만 손님이 없어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남해식당은 10년째가 되어서야 안정이 되었다. 단골손님도 점점 늘었다. 가게를 늘리고 의자 숫자가 늘어나면서부터 혼자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부터 둘째동생 정순씨(58)와 막냇동생 두례씨(51)가 식당일을 도왔다. 올해로 정순씨는 16년째, 두례씨는 20년째다.

 

남해식당 칼국수 세자매. 왼쪽부터 김진순, 두례, 정순씨.

 

 세자매는 분업으로 일한다. 큰언니 진순씨는 칼국수와 수제비를 맡고, 둘째 정순씨는 보리밥과 찰밥 담당이다. 막내 두례씨는 냉면과 설거지, 손님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 세자매는 새벽에 출근해 밀가루 반죽과 밑반찬을 준비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손님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골목은 지나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금세 시끌벅적해진다. 옆 사람이 얘기하는 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세자매는 서로의 입모양만 보고도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식당을 찾은 단골들이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 지까지 기억한다. 또한 20~30명의 손님이 한 번에 와도 주문한 것을 다 외울 정도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래하면 자연스럽게 그리 됩니다....”

 

칼국수와 수제비 담당인 맏언니 김진순씨.

 

 

보리밥과 찰밥이 담당인 둘째 김정순씨.

 

 

냉면과 손님맞이가 담당인 막내 김두례씨.

딸 민주양(12)을 데리고 부천에서 온 김미영씨(37)씨는 남해식당 7년 단골이다. “SBS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것을 보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의 빠른 손놀림만 봐도 눈요기가 됩니다.” 큰언니 진순씨는 수제비의 달인이다. 손에 수제비 눈이 달렸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1초에 3번 빠른 속도로 수제비를 끊어 냄비 속으로 넣는다. 수제비가 익는 속도를 같게 하기 위해서다. “수제비는 못나게 생겨야 더 맛있습니다....”

 

칼국수를 썰고 있는 김진순씨. 수업는 칼질에 도마 2~3개와 칼 2~3개를 일년마다 바꿔야 할 정도다.

 

보리비빔밥을 준비하는 둘째 정순씨.

 

생활의 달인....줄을 서시오~~

 

외국인 관광객 부르는 막내 두례씨. 중국어, 일본어도 잘 해요...

 

 

칼국수를 먹으며 사진 찍는 외국인 관광객.

 

부천에서 엄마와 함께 온 문민주양.

 

유부, 부추, 깨, 김가루 그리고 양념장으로 마무리.

 

 세자매는 오전 540분이면 어김없이 가게에 출근한다. 큰언니 진순씨는 30년 동안 5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 명절과 여름 휴가 때 열흘 정도를 제외하고 일 년 내내 가게 문을 열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서 아플 새가 없을 정도지만 손님들이 저에게 엔돌핀이 됩니다남해식당 모든 메뉴는 가격이 5천원~6천원 사이다. “남해식당은 모든 음식을 9번까지 리필 해줍니다. , 10번째부터는 안 됩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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