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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작업중(作業中)

남대문시장 상인들 <01>

120년 된 남대문시장...세월은 가도, 우리는 그대로

 

“남대문시장에 없으면 서울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대문시장은 국내 최고의 시장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1954년, 1968년, 1977년에는 화재로 상인들은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때마다 고난을 극복하며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 남대문시장의 황금기는 1960~70년대였고 최근엔 경기부진과 시설 노후화로 옛 명성은 많이 잃었지만 하루 평균 30만 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1897년 개장한 남대문시장은 올해 120년을 맞았다. 

 

 

남대문시장 전경


■향기를 배달하는 꽃도매상가 박창규씨(73)
 E동 3층에 있는 남대문꽃도매상가는 박창규씨의 일터다. 박씨는 소매상이 주문한 꽃을 가게까지 배달하는 일을 21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일흔을 넘기고부터는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것이 힘에 부친다. “힘들고 궂은일이지만 마음만은 떳떳하고 편안합니다.”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박씨를 찾는 단골은 꾸준히 늘고 있다.

 

꽃배달을 하고 있는 박창규씨.


■칼국수골목 세자매 김진순(61)·정순(58)·두례(51)씨
 남대문시장은 먹을거리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특화된 곳이 갈치조림골목과 칼국수골목이다. 칼국수골목 중간쯤에 있는 남해식당은 세자매가 운영한다. 보리밥이나 찰밥을 주문하면 칼국수와 냉면이 함께 나온다. 맏언니인 김진순씨가 30년 전에 의자 4개로 먼저 시작해 자리를 넓혀 왔다. 둘째 정순씨와 막내 두례씨도 합류해 20년째 손발을 맞추고 있다.

 

30년째 칼국수골목을 지키고 있는 김진순씨(왼쪽)와 동생 두례(가운데),정순씨(오른쪽).


■액세서리 인생, 심재립(58)·민철(30)씨 부자
 남대문시장에는 유난히 액세서리 점포가 많다. 4000여 개가 넘는다. 심재립씨는 3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인이 디자인한 것을 심씨가 제작해 판매한다. 심씨가 만든 제품은 일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 8년 전부터는 맏아들 민철씨도 일을 함께 해오고 있다. 심씨는 “한때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액세서리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시장에 젊은 인재들이 많아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했다.

 

장안 액세서리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심재립씨(왼쪽)와 아들 민철씨.


■“꽃이 지겹나요?” 꽃도매상 김현수(70)·손귀순(68)씨 부부
 남대문시장 꽃도매상가는 서울시내 주요 꽃도매시장의 원조다. 일부 상인들이 강남 고속터미널과 양재동 화훼 공판장 등으로 옮겨갔지만 70여개의 점포가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광주꽃집’ 김현수·손귀순씨 부부는 40년째 이곳에서 꽃집을 하고 있다. 부부는 새벽3시에 출근해 폐장하는 오후 3시까지 한결같이 꽃집을 지킨다. 노부부는 “항상 봐도 지겹지 않은 게 꽃이다”며 늘 웃음꽃 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폐장시간을 앞두고 팔고 남은 꽃을 정리하고 있는 김현수(왼쪽),손귀순씨 부부.


■‘없는 게 없는’ 군인용품골목 김병옥씨(50)
 일개 사단 병력을 완전 군장시킬수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군인용품골목 상가들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한때 60개가 넘는 점포가 골목을 빼곡히 메웠지만 지금은 20여개만 남아있다.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병옥씨는 어머니 남인심씨(74)가 운영하던 점포를 물려받아 25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생각도 해봤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골목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군인용품골목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병옥씨.


■53년째 출근하는 지하수입상가의 터줏대감 신은철씨(70)
 남대문시장 지하수입상가는 C동, D동, E동의 지하가 이어져 있어 규모가 크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양키물건’을 주로 판매했다. 관세청 단속반원이 얼씬거리기만 하면 ‘떴다’하는 비명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물건을 감추었다고 해서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렀다. 주방용품점 ‘다다사’를 운영하는 신은철씨는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16살에 장사를 시작해 53년째다. “당시에는 길거리 노점상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라 지하상가로 내려가면 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창고로 사용하던 텅 빈 공간이었으니까요….” 그 이후 지하상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수입상품의 도소매 유통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남대문시장 지하수입상가 역사의 산증인 신은철씨.


■2대째 남대문시장 지키는 그릇가게 민용규씨(44)
 중앙상가 C동 3층은 그릇도매 상가다. 혼수용 그릇을 판매하는 ‘대성혼수’ 민용규씨는 부모님의 뒤를 이어 2대째 장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다. 민씨를 비롯한 C동 그릇상가 상인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중앙상가가 개설된 지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부진 탓이다. 민씨는 “인근 백화점 등과 연계해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출발점이다”고 강조했다.     

 

휴가도 잊은 채 C동 3층 그릇상가를 지키는 민용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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