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폴더/지리산 둘레길

<3일차> 너, 참 아름답구나!

지리산 둘레길-3일차

-너, 참 아름답구나!

 

3구간 하늘길에서.

 

 

해가 뜨기가 무섭게 민박집 마당에 동네 할머니들의 재잘거림(^^)이 울려 퍼진다. 알고 보니 오늘이 인월 5일장이었다. 아코디언 민박집 순윤례 할머니를 꽤서 인월장에 가려고 왔던 할머니들이 모두 실패하고 돌아갔다. 민박집 할머니는 깊이 잠들어 있는 나의 아침밥을 챙겨주기 전에는 차마 장에 갈 수가 없었던 거였다. 고마웠다. 할머니가 차려준 늦은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코디언 민박집 손윤례 할머니와 얼마전 네 마리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

 

 

3구간인 인월~금계 구간은 총 19.3km. 하루 동안 완주하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이미 나는 전날 1/3 지점까지 앞서 와 있었다. 그래서 다소 출발이 여유가 있었다. 이틀 동안은 간간이 먹구름이 있어서 걷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이 쨍쨍하다. 출발을 하려는데 민박집 할머니가 날이 너무 덥다며 걱정을 하신다. 걷다보니 우려한대로 자외선이 너무 강했다. 선크림을 잔뜩 발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땀방울이 선크림을 뚫고 방울방울 맺히더니 등산화 위로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3구간은 1,2 구간에 비하면 코스가 너무 좋았다. 산길도 있고, 논길도 있고, 마을길을 통과해서 지루할 새가 없었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해발 650m의 등구재를 넘었다.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통과하는 지점이다.

 

등구재 다랑이논.

 

막걸리통의 용도는?

 

주인 부부는 매점 밑 벌밭에 있었다.

 

창원마을, 밭일 나가는 노부부.

 

나를 주시하는 경운기.

 

녹슨 경운기

 

둘레길 걷다가 산골에서 인연을 만나 창원마을에 시집 온 카페 '안녕'의 주인장이 내놓은 오늘의 점심. 식탁 아래에서 내 점심을 탐내는 '논두렁' 이집에 개가 두 마리 있는데 이름이 '논두렁' '밭이랑'이다. 

 

 

 

울창한 산길을 통과하고 나니 시멘트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걷다가 느낀 거지만 흙길보다는 시멘트 길은 걷기에 사납다. 햇볕은 강하게 내리쬐고 시멘트와 등산화 바닥과의 끊임없는 마찰 때문에 발바닥에 불이 붙은 듯 뜨겁다. 구불구불한 오르막 시멘트 길을 30분쯤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1mm도 안돼 보이는 시멘트 바닥 틈새로 풀 한포기가 하늘로 솟구쳐 자라고 있었다. 흙길을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것에 혼자서 열을 내며 걷고 있는 참이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때가 되면 무슨 풀꽃을 피울지 모르겠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 참 아름답구나!

 

 

 

오전까지는 괜찮았던 물집 잡힌 오른발 두 번째 발가락에 오후부터는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네 시 반에 간신히 3구간 종점인 금계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더 이상 가는 게 무리였다. 마을에서 가장 소박한 민박집을 잡았다. 하지만 이름만큼은 '큰집 민박'이다. 여든을 앞둔 동윤호 할아버지와 7살 아래인 한옥문 할머니가 사시는 집이다. 논일을 나갔던 할아버지는 나보다 늦게 집에 오셨다. 혼자서 논농사 2천 평을 짓고 계신다. 할아버지와 겸상해서 저녁을 먹었다. 할아버지와 소주 각 반병씩 반주로 마셨다. 오늘은 쉽게 잠들것 같다.

 

 

 

금계마을 정자에 앉아 깻잎을 다듬는 동네 할머니들. 다듬은 깻잎은 나를 위한 저녁상에 올라왔다.

 

 

큰집 민박 동윤호 할아버지.

 

굳이 겸상을 마다하고 혼자 저녁을 드시는 큰집 민박 한옥문 할머니.

 

 

하늘길 셀카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