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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성주 산골마을 풍경
아련한 추억의 모퉁이를 돌아 시골버스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산길을 달려온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작은동(鵲隱洞) 마을. 강원도 오지마을도 울고 간다는 작은동 마을은 경북 성주군의 하늘아래 첫 동네다. 거뫼, 삼거리, 덕골, 개티, 배티.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다섯 부락이 하늘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때 100가구가 넘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난 마을에는 노인들만 살고 있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동마을. 마을 노인들을 태우고 고향집 모퉁이를 돌아온 시골버스가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덜컹덜컹 비포장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다니는 0번 버스는 이 마을 노인들에게는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작은동 마을. “저수지 물을 댈 수 있는 아랫동네는 모내기가 끝이 났는디 비가 선낫바께 안온 윗동네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째.” 환갑을 갓 넘긴 임용덕씨(61)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힘깨나 쓰는 젊은 축에 속한다. 도시에서 중장비 기사 일을 하던 임씨는 10년 전 마을 저수지 공사를 하러 왔다가 조용한 마을에 반해서 눌러앉았다고 한다.
작은동 마을 입구에 살고 있는 이재임 할머니(79)가 밭일을 마치고 집 마당에서 앉아 쉬고 있다. 17살에 시집온 할머니는 한 평생을 고향땅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윗동네 거뫼마을 임여자 할머니(66)는 마을 유명인사다. 지난해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고부터는 다른 마을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할머니가 한마디 던진다. “젊은이 어데서 왔노? 늙은 할매들만 있는데 찍을 게 뭐 있따꼬. 날도 더분데 고생할 것도 움따.” 할머니는 한바탕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부부싸움을 해도 말길 사람이 움따. 다들 먼디 살아서 싸우는 소리가 듣기지도 안하재. 그래도 우짤기고, 싸울 영감이라도 있응께 심심치 않아 좋은 기라….”
시골마을은 시간도 세월도 모두 멈춰서 있는 듯 했다. 벽에 걸려 있는 자명종 시계는 약이 떨어져 더 이상 2시를 넘지 못하고, 달력은 1999년에 멈춰 걸려 있다.
홀로사는 집으로 들어서는 정재남 할머니(77)의 뒤모습이 아련하다.
개구리 소리 귀에 따갑게 울리는 개티마을 저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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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실제 편집된 지면>
[포토다큐]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성주 산골마을 풍경
아련한 추억의 모퉁이를 돌아 시골버스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산길을 달려온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작은동(鵲隱洞) 마을. 강원도 오지마을도 울고 간다는 작은동 마을은 경북 성주군의 하늘아래 첫 동네다. 거뫼, 삼거리, 덕골, 개티, 배티.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다섯 부락이 하늘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때 100가구가 넘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난 마을에는 노인들만 살고 있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동마을. 마을 노인들을 태우고 고향집 모퉁이를 돌아온 시골버스가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덜컹덜컹 비포장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다니는 0번 버스는 이 마을 노인들에게는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작은동 마을. “저수지 물을 댈 수 있는 아랫동네는 모내기가 끝이 났는디 비가 선낫바께 안온 윗동네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째.” 환갑을 갓 넘긴 임용덕씨(61)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힘깨나 쓰는 젊은 축에 속한다. 도시에서 중장비 기사 일을 하던 임씨는 10년 전 마을 저수지 공사를 하러 왔다가 조용한 마을에 반해서 눌러앉았다고 한다.
작은동 마을 입구에 살고 있는 이재임 할머니(79)가 밭일을 마치고 집 마당에서 앉아 쉬고 있다. 17살에 시집온 할머니는 한 평생을 고향땅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윗동네 거뫼마을 임여자 할머니(66)는 마을 유명인사다. 지난해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고부터는 다른 마을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할머니가 한마디 던진다. “젊은이 어데서 왔노? 늙은 할매들만 있는데 찍을 게 뭐 있따꼬. 날도 더분데 고생할 것도 움따.” 할머니는 한바탕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부부싸움을 해도 말길 사람이 움따. 다들 먼디 살아서 싸우는 소리가 듣기지도 안하재. 그래도 우짤기고, 싸울 영감이라도 있응께 심심치 않아 좋은 기라….”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25)s F5.6
시어머니가모시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살고 있는 정재남 할머니(77)가 툇마루에 앉아 나물을 다듬고 있다. 할머니는 5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켰다며 자랑스럽게 얘기 했다.[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00)s F4.0
개티마을 할머니들이 최귀선 할머니의 집에 모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17살에 시집온 세 분의 할머니는 서로 6촌 동서지간이다.시골마을은 시간도 세월도 모두 멈춰서 있는 듯 했다. 벽에 걸려 있는 자명종 시계는 약이 떨어져 더 이상 2시를 넘지 못하고, 달력은 1999년에 멈춰 걸려 있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00)s F8.0
작은동마으로 이사온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능숙하게 밭에 있는 돌을 골라내고 있는 백일남 할머니(74)홀로사는 집으로 들어서는 정재남 할머니(77)의 뒤모습이 아련하다.
개구리 소리 귀에 따갑게 울리는 개티마을 저녁풍경.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58)s F8.0
뒷담 풀을 베고 마당을 돌아 걸어오시는 이재임 할머니 (79)[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322)s F9.0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58)s F9.0
앞마당에서 큰아들이 논일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시는 이임이 할머니(88)[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625)s F2.8
때론 허수아비가 두 사람 몫을 할 때도 있다.[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50)s F7.1
하루에 두 번 다니는 0번버스가 모퉁이를 돌아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58)s F2.8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 정재남 할머니. .............................................................................................................................................................................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50)s F5.0
없다고 했다.산골마을에서 땅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는 작은동 마을 노인들의 순박한 웃음. 비록 가진 것은 많지도 풍성하지도 않지만 노인들의 소박한 꿈은 그들이 일궈온 땅만큼이나 순수하고 귀하다.
성주군에서 유일하게 비포장 길로 버스가 다니는 작은동 마을. 하루에 두 번 마을로 들어오는 시골버스는 마을 노인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덜컹덜컹 뽀얀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시골버스의 모습이 도시에서 온 기자에게는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산골에서 수십년을 살아가고 있는 마을 노인들에게는 불편한 생활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사진·글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입력시간: 2007.06.03 17:13 |
<아래는 실제 편집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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