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사랑도, 문화도,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재래식 극장. 그 안의 추억과 시간은 옛날의 향수처럼 여전히 숨쉬고 있을까. 오래된 시골 극장에 갔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58)s F7.1
충남 예산읍내의 예산중앙극장.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영화관 입구에 화공이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이 내걸려있다. 한때 극장 간판은 극장의 얼굴이자 화공의 애환이 담긴 ‘아날로그’의 상징이었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50)s F4.5
경북 영주시의 거리 게시판에 겹겹이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 영화 개봉을 알리는 사각의 포스터는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끌기에는 낡고 초라하지만 사라져가는 시골 영화관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강열하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5)s F2.8
경북 영주에서 영주시네마를 운영중인 송병화씨가 영사실에서 상영이 끝난 필름을 되감고 있다. 영화관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주인 송씨는 영사기까지 직접 돌리고 있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80)s F4.5
충남 예산 중앙극장의 마지막 화공 정복진씨가 작업실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간판을 그리고 있다. 화공 간판에는 컴퓨터 실사 출력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정이 살아 움직인다.경북 안동의 한 재래식 극장에서 대학생 이형주씨가 영화 스틸사진이 붙어 있는 극장 벽에 기대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평일의 시골 극장은 찾는 손님이 없어 한가할 때가 많다. 아들이 운영중인 영화관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강명선(67)씨가 영화관 로비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재래식 영화관에서는 아직도 예전에 인쇄해 놓은 입장권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관 입구에 수북이 쌓여 있는 입장권은 대도시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58)s F5.0
충남 예산 중앙극장의 안주인인 신성균씨가 영화관 앞에 고추를 말리고 있다. 25년 동안 영화관을 운영해온 신씨에게는 영화관이 삶의 터전이자 희망이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50)s F3.2
경북 안동의 재래식 극장인 진성극장 입구에 주인이 직접 쓴 영화 상영 시간표가 붙어 있다.
세상에 어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사람도, 사랑도, 문화도,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재래식 극장. 그 안의 추억과 시간은 옛날의 향수처럼 여전히 숨쉬고 있을까. 오래된 시골 극장에 갔다.
충남 예산읍내의 예산중앙극장.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영화관 입구에는 상영중인 임창정, 하지원 주연의 한국영화 `1번가의 기적' 영화 간판이 덩그러니 내걸려 있었다.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 영화 간판을 올려다보며 한참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때마침 봄 햇살에 고추를 말리려 입구에 나와 있던 영화관 안주인은 “그래도 화공이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을 내거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이곳밖에는 없지유~”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한때 극장 간판은 극장의 얼굴이자 화공의 애환이 담긴 `아날로그'의 상징이었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는 날 극장 앞에 붙어 있는 간판을 구경하는 일은 여간 쏠쏠한 재미가 아니었다.
넓은 극장 로비 한쪽에 있는 5평 남짓의 `미술실'은 40년 넘게 극장 간판만 그려온 화공 겸 영사기사 정복진(65)씨의 작업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페인트와 시너 냄새가 진동했다. 늙은 화공은 개봉을 앞둔 영화 포스터를 보며 주인공의 모습을 나무 간판에 옮겨 담고 있었다. 정씨가 예산 중앙극장 미술부장을 맡은 것은 2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그림을 그려달라는 영화관이 많아서 벌이가 좋았지요. 충남 일대의 영화관 대여섯 곳의 간판을 도맡아서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영화관도 문을 많이 닫았고 화공 간판을 내거는 곳도 없어서...” “그래도 내가 그린 간판을 걸어주는 영화관이 아직 남아 있어 행복하지유~.” 영화 `이장과 군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콧수염을 야무지게 마무리하고서야 비로소 정씨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디지털 실사 출력이 영화 간판을 대신하는 시대에 늙은 화공이 그린 영화 간판은 아날로그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극장 문을 나섰다.
깊게 팬 노인의 주름만큼 오래된 극장. 낡은 영사기가 털털거릴 때마다 네모난 스크린엔 빗물이 주룩주룩 흐르지만 수백 번은 돌았을 빛바랜 필름에서는 단 한번의 끊김도 없이 아련한 시간의 추억이 생생하게 상영되고 있었다.
사진·글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나의 폴더 > 포토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향신문기사] [포토다큐]홀연히 핀 저 미소, 너를 닮고 싶다 (6) | 2007.07.22 |
---|---|
성주 산골마을 풍경 (26) | 2007.06.04 |
[경향신문기사] [포토다큐] 부모님 情…고향이 기다린다 (4) | 2007.03.26 |
[경향신문기사] [포토다큐] 지혜의 소원 “나도 입으로 먹고 싶단말야” (0) | 2007.03.26 |
[경향신문기사] [포토다큐]성산포서 만난 ‘바다 천사’ 해녀 (0) | 2007.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