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부산집에서 오랫만에 만난 조카 녀석이 삼촌이 인터넷에서 강동원 사진찍은 것을 얼핏 보았다며 서울 가면 블로그에 등장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다. 생각난김에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다. 매거진엑스 지면에 실렸다면 사진이 비교적 크게 나왔을 텐데...문화면에 실리는 바람에 사진이 줄어들었다. 같이 취재갔던 영화담당 선배는 백만불짜리 슬픈 눈을 강조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영화속 등장인물이지만 강동원 자체에 비중을 두었다. (곽고운, 삼촌이 내일 회사에 가면 다른 사진도 같이 올리마.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눈은 연기의 거울이기도 하다. 강동원(24)이 이명세 감독의 ‘형사Duelist’에서 그것을 보여준다. 소임이냐 사랑이냐로 뒤죽박죽인 자객의 심경을 온전히 표현해 냈다.
그의 극중 이름은 ‘슬픈 눈’. 그러나 이감독의 주문은 쌍꺼풀진, 부릅뜬, 서늘한, 애절한, 치켜뜬, 미소띤, 갈등하는 눈 등 실로 다양했다.
“이런 저런 감정이라면서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요. 촬영 전에 다시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셨고요. 말씀하신 대로 같은 감정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해야 했죠. 어떨 때는 감정을, 어떨 때에는 동작에 역점을 두면서 미세한 변화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재밌었어요. 이미지 트레이닝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강동원은 이어 “세번째 작품밖에 안 되지만 촬영이 재밌고 기다려지는 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자랑할 만한 작품을 얻은 것 외에 현장이 즐겁고, 연기가 재밌고, 앞으로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성과는 자칫 남의 차지가 될 뻔했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당시 TV드라마 ‘매직’을 하고 있어 ‘형사Duelist’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저는 감독님을 몰랐어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이감독님 영화라면 무조건 해야 된다는 거예요. 마지못해 촬영중 잠시 쉬는 동안에 읽었는데 가슴이 요동치는 걸 느꼈어요. 내가 해야 할 게 많고,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고요.”
그는 다음날 이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결정, ‘매직’을 끝낸 뒤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검술·현대무용·탱고를 마지막 촬영이 끝날 때까지 7개월 동안 연마했다. 많게는 하루에 10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매진했다. 관객들 사이에 회자되는, 1분 정도인 혼자 검무를 추는 장면을 꼬박 이틀 동안 찍는 등 계속되는 강행군에 아랑곳 않고 신명을 바치는 각오로 임했다.
“솔직히 몸으로 표현하는 걸 싫어했어요. 대사가 거의 없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요.그런데 의외로 몸으로 하는 게 내게 잘 맞더군요. 몸으로 하는 걸 더하고 싶어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큰 강을 건너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자란다. ‘형사Duelist’란 강을 건넌 강동원은 예전과 달리 숫기도 넘쳤다. “영화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강동원. ‘알랭 들롱처럼 태생적으로 타고난 배우’라는 이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그의 행보가 기대됐다.
〈글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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