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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김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로질러, 동해상공, 독도, 울릉도를 거쳐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 주유를 마친뒤 오후 1시가 넘어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륙해서 독도와 울릉도 탐사 비행을 시간적으로 나열해 본다....
(아래의 글은 체코에서 제작한 19인승 L410 비행기로 일행을 독도까지 안내해준
에이스항공의 임성남 수석 기장이 쓴 탐사기행.
아시아나항공에서 정년 은퇴한 임기장은 항공기 내에서 詩를 읽어주는 기장으로 유명한 분이다.
메일로 보낸 소회를 블로그에 인용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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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11명의 독도일출관람객을 싣고
2009년 김포공항 하늘을 연 첫번째 비행기 L410 항공기는,
새벽 6시 정각 영하 9도의 꽁꽁 얼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
독도를 향한 힘찬 항진을 시작했습니다.
유리알 같이 맑은 새해 새벽하늘을 가득 채운 찬란한 별빛과
땅위에서 아물아물 산란하는 불빛이 어우러져 주위는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약 40분가량을 우주가 빚어내는 화려하고도 신비로운 쇼에
흠뻑 빠져 유영(流泳)하던 비행기가 동해안 해안선을 지나면서 부터
바다 상공에는 희끗희끗한 구름조각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울릉도를 지날 때에는 광활한 동해바다를 다 덮을 정도로
구름 이불이 두꺼워졌고, 여명으로 치자 빛 농도가 점차 짙어지기
시작하는 독도 상공으로 접근할수록 구름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엔진출력을 점차 증가시키며 구름 산 정상으로 올라갔을 때,
아! 거기, 그렇게 갈망하던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드디어
그 웅자(雄姿)를 드러냈고 탄성을 지르기 무섭게 모두들의 가슴속으로
강렬하게 빨려 들어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2009년의 첫 태양을 가슴에 안았다는 뿌듯함으로
모두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흥분과 감동으로 서로 부둥켜안고 있을 때
비행기는 150m 고도로 강하하여 독도의 돌이 손에 잡힐 정도로
초 저공 선회를 하면서 공중관광 및 기념촬영을 하였는데,
동승하여 취재를 하던 한겨레신문의 이정아 기자는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독도와, 관광객이 촬영하던 카메라 View Finder 속에 들어가 있는 또 다른
독도 장면을 한 장의 사진 안에 순간포착, 특종 사진을 촬영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신문 1월 2일자 2면 사진 참조)
독도 정기를 비행기에 가득,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가득 채운 비행기는
북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울릉도로 향했는데 전방 시야가 눈발로 인해
희뿌옇게 변하고 앞 유리는 얼음으로 덮이기 시작하여 급히 고도를 600m로
낮추고 제빙(除氷) 계통을 작동시켜 얼음을 제거하고 나니 전방에 거대한
회백색 물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설국(雪國) 으로 변해버린 신비의 섬 울릉도 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섬의 북서쪽 태하 등대를
우로 끼고 돌아 현포항과 송곳산 그리고 천부항을 연결하는 축선의 북쪽
해안선(한국의 손꼽히는 절경 중의 하나임) 을 비행할 때 관광객들의 탄성은
극에 달해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경향신문의 정지윤 기자는 짙푸른 바다와 눈덮인 하얀
포구가 대조를 이루고 있는 저동의 촛대바위를 절묘한 각도에서 촬영함으로써
이국적인 비경을 연출해 내는 마술사가 되었습니다. (경향신문 1월 2일자 1면)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꿈의 비행기 L410은
미끄러지듯이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재급유 및 아침 식사를 위한 중간기착지인
부산김해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 독도여 다시 만날 때 까지 잠시 안녕!
모든 사람들의 두 눈은 감격과 아쉬움으로 눈두덩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정지윤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임성남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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