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 사무실 책상에 티베트 마나사로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아무 일정이 적히지 않은 책상 달력의 첫장을 기분좋게 올려 놓는다.
어떤 것이건 첫걸음은 설레고 어슬픈 것.
지난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위해
충남 태안에서 며칠 동안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신문에는 게재되지 못한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설레고 어슬픈 2008년의 블로그 첫걸음을 아장아장 뗀다.
검은 기름으로 얼룩진 태안 구례포 앞바다에 새겨진 노을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층 더 곱고 화려하다.
16살에 시작한 물질, 40년 넘게 바다에서 생활을 건져온 태안 구례포의 해녀 김순이씨(왼쪽)와 정정자 할머니.
흡착포로 황금 저녁 노을을 훔치듯이 바다에 떠 있는 기름을 훔쳐내고 있다. 그들의 생활이 당당히 숨쉬는 새해를 기대하며...
그리운 바다 -이생진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
꽃도 나비도 열매도 바다다
나비도 바다고 꿀벌도 바다다
가까운 고향도 바다고
먼 원수도 바다다
내가 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 되었다
끝판에는 나도 바다 되려고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삼킨 바다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 거다.
아무리 암울해도 바다는 늘 해를 토해낸다.
태안의 끝자락 안면도의 작은섬 황도에는 늘상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고,
늙은 어부는 누가 시키기않아도 알토란같은 삶을 건지러 지게를 지고 개펄로 서둘러 나간다.
6시간마다 섬을 가득 둘러싸고 있던 물이 빠지면
6시간동안 바다가 허락해준 개펄에서 아낙네는 쉼없이 굴밭을 멘다.
묵묵한 바다는 늘 그랬던 것처럼 어부에게 새해, 새하루를 말없이 열어준다.
너만 기다리게 했다고 날 욕하지 말라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같은 세월에
엇갈린 입장을
물에 오른 섬처럼
두고두고 마주 보았다.
( 기다림 / 이생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