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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운현궁의 봄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13)s F20.0
                                                                                                                - 2일오후 서울종로구운니동 운현궁에서 -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깃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보았다......(메밀 꽃 필 무렵)

오랫만에 찾은 운현궁.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궁안의 분위기가 수상쩍다.
한가한 운현궁의 봄햇살을 기대했건만,
Hi Seoul 페스티벌 행사로 마치 더운 햇발이 별여놓은 장판처럼 어수선하다.
오후 1~2시의 햇볕은 20대 젊음처럼 산만하고 강열해 사진을 찍기에는 적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하루중 욕심을 부리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 에 나오는 표현처럼
오늘 운현궁(雲峴宮)안의 공기는 그다지 좋지 못하였다.
하지만,주위가 산만할수록 마음은 오히려 안정이되니 어제보다 좋은 오후다.
넓지 않은 궁궐,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되니 조급하지않아서 좋다.
어린시절 고종이 자주 올랐다는 늙은 소나무는 졸고있는듯 미동도 없는데,
담장 아래 걸려있는 청사초롱만 작은 봄바람에 혼자 촐랑거린다.
느린 걸음으로 궁궐안 세 바퀴.
외투도 선그라스도 벗어 던지고 큰나무 그늘아래 몸을 숨기니,
궁상맞은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낡고 초라한 담장을 넘어오는 사랑 한 움큼.
봄은, 확실히 매력적인 계절이다.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250)s F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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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운현궁에 가는 봄을 다 놓아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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