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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성산포서 만난 ‘바다 천사’ 해녀
바다, 그 거칠고 푸근한… 거친 물살을 뒤로 한 채 힘겨운 작업을 하고 있는 제주 성산포 해녀. 가녀린 목숨을 담보로 오랜 세월 물질을 해온 해녀는 우리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이다. |
파도가 새긴 세월의 주름 예닐곱살 때부터 물질을 시작해 한평생 바다에서 삶을 건져낸 늙은 해녀는 더 이상 깊은 바다에는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집착만은 변함이 없다. |
-거센 파도에 손 놓은 물질-
윤봉열 할머니(79)는 100여 명이 넘는 성산포 해녀 중에서 제일 연장자다. 11살에 시작한 물질을 여든이 되도록 아직 못 놓고 있다. 깃을 세운 파도 때문에 물질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할머니지만 이틀째 발걸음은 습관처럼 포구를 향했다. 윤할머니는 성산포에서 가장 젊은 해녀인 막내딸 고순이씨(45)에게 테왁(해녀들이 잠수를 할 때 물위에 띄워놓는 것)과 망사리(그물로 주머니처럼 짜서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것)를 맡긴 채 대바구니에 고무옷만 넣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높은 파도 때문에 이틀을 공친 젊은 해녀 고순이씨도 한동안 ‘바다밭’만 바라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바다로 가는 날개짓 해녀들은 터질 듯한 가슴으로 하루에 수백 번씩 물속으로 곤두박질친다. 검은 오리발을 휘날리며 자맥질하는 해녀의 모습은 나비의 날개짓보다 곱다. |
해녀들의 원망을 바다가 들었을까? 이튿날, 바다는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포구의 해녀 탈의실에는 아침부터
생기가 넘쳤다. 다이빙 수트를 이용한 아이들의 첨단 수영복까지 나오는 세상이지만 해녀들의 잠수복은 여전히 투박한 검정 고무옷. 마을 해녀들은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을 기다리며 빗창과 호맹이(물호미)를 챙겼다. 고무 잠수복으로 갈아입은 박태춘 할머니(67)는 물질에 앞서 진통제 가루약인 ‘뇌선’ 2포를 입에 털어넣었다. 50년 넘게 해온 물질로 만성적인 두통과 고혈압에 시달려 온지 이미 오래다.
-조용한 바다 깨우는 숨비소리-
해녀들은 마치 제복을 입은 군인들처럼 테왁과 망사리를 어깨에 메고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조용했던 바다가 어느새 해녀들의 숨비소리(숨고르는 소리)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막내인 고순이씨는 상군(매우 능숙한)해녀답게 먼 바다로 향했다. 수심 10m가 넘는 바다 속을 1분 넘게 들어갔다 나온 젊은 해녀는 손바닥만한 전복을 망사리에 넣으며 참았던 긴 숨을 한꺼번에 몰아 내쉬었다.
테왁에 기대어 ‘호오이 호오이’ 한 해녀가 스티로폼으로 만든 테왁에 몸을 의지한 채 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을 ‘큰눈(수경)’ 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해녀들은 하루 5시간 정도 바다에서 힘겨운 물질을 한다. |
뭍, 어지러운 세상으로… 물질을 마친 해녀가 테왁과 망사리를 어깨에 메고 뭍으로 나오고 있다. 제주의 탄생과 함께한 해녀는 예전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
-제주바다엔 해녀가 있었다-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잠수만 하루에 수백 번. 물위에 떠있는 테왁을 끌어안고 ‘호오이 호오이’ 하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긴 숨을 고르는 순간이 가녀린 목숨이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때다. 거친 바다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물질을 해왔던 제주의 해녀. 세찬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억새처럼, 흔들림 없이 제주를 지켜온 해녀들은 그렇게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석양에 ‘날개옷’ 말리며 성산포 해녀 탈의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고무옷. 석양에 걸려있는 고무옷은 낡고 헐었지만 석양빛보다 붉고 아름답다. |
〈제주 성산포/ 사진·글 정지윤기자〉
입력시간: 2006.10.15 16:37 | 기사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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