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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청계천 복원 1년
47년 만에 어둠의 물길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물길로 변한 지 꼭 1년.
청계천 복원 1년, 한 시민이 청계천에 발을 담근 채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다. |
청계천변을 따라 물길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청계광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스러운 분수가 첫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따라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눈길을 머물게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함이 부러울까? 장백폭포의 기상이 부럽겠는가.
청계9가 벽산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청계천 야경. |
쏟아지는 물소리를 뒤로 하고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광통교가 보인다.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피눈물이 배어 있는 광통교, 권력의 비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다리를 휘휘 감아 돌아 물거품을 연방 내뿜으며 재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으면서 장통교 아래에 모여드는 연인들과 천변 건물에서 비치는 네온사인의 형형색색의 빛깔이 어우러져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에 머무르고 있는 듯 하다.
한 어린이가 유치원 선생님과 함께 청계천 투어버스를 타고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다. |
1970년대 산업발전상을 대표하는 삼일빌딩을 뒤로 하고 수표교 터에 이르렀다.
청계천에 흐르는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놓인 돌다리인 수표교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수표교에서 장희빈을 보고 첫눈에 반한 숙종의 설레는 마음을 느껴볼 틈도 없이 발길을 재촉해 본다.
물밑에 설치된 조명을 따라 피라미들이 힘차게 유영하고 있다 청계천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면, 물의 흐름이 느린 곳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
마전교 아래 놓인 돌다리에 가만히 앉아 물소리를 듣다보니 마음은 어느덧 선계에 들어선 듯하다.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수변에 자라는 풀들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나간다.
잠깐의 명상을 즐긴 후 청계 7가에 들어서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온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치열함은 온데 간데없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만이 밤을 밝히고 있다.
청계천으로 밤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청계9가 부근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
다산교에 이르자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서 왔는지 어른 팔뚝만한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게 아닌가. 도심 빌딩 숲 사이에서 잉어, 피라미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시골 어느 개울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주변엔 치어들도 눈에 띈다. 어쩌면 청계천이 고향인 물고기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청계천 빨래터 자리에 핀 꽃에 나비 한마리가 하얀 꽃술에 매달려 꿀을 빨아 먹고 있다.(왼쪽) 청둥오리 한 쌍이 청계7가 나래교 밑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가운데) 해 질 무렵 청계3가 관수교밑에서 거미 한 마리가 부지런히 실을 뽑아내며 거미줄을 치고 있다.(오른쪽) |
복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3천만명이 다녀간 청계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시민들에게 고향의 푸근함을 선사하고 황학교, 고산자교를 지나 천천히 한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진·글/김문석·정지윤기자〉
입력시간: 2006.10.01 17:45 | 기사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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