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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경희궁의 눈내리는 밤


   (눈내린 경희궁의 밤, NIKON D1H, 8mm어안렌즈, 조리개 16, 노출 30초, ISO200 삼각대사용)


오후에 소문없이 내린 눈이 엊그제 내린 눈위에 다시 사알짝 덮혔습니다.
그리하여 구중궁궐은 첩첩설중(疊疊雪中)입니다.



새벽부터 일상에 시달린 몸과 마음, 눈이 오는 것을 오후 늦게야 알았습니다.
방울방울 흩날리는 하얀 솜털의 얼굴 마사지를 받으며 회사앞 경희궁을 찾았습니다.
한순간에 하루의 에너지가 다시 샘솟는 느낌입니다.

여린 2월의 햇살도 퇴근힌 저녁,
어둠이 내린 경희궁의 오솔길은 가로등 불빛만 여유롭습니다.
앞서간 발자국의 흔적은 눈의 환희을 즐긴 듯 촘촘합니다.

빌딩숲을 지나온 삭풍은 수백년 고목의 가지끝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쉬어가는 바람, 가지마다 허허롭습니다.
나이 어린 대마무 잎사귀, 배부른 눈송이 털며 연신 소란스럽습니다.

주인없는 궁궐의 밤은 굳게 닺힌 대문뒤에서,
금새 올 봄을 위해서 바람을 빗질 삼아
하얀 눈의 양탄자를 송이송이 깔고 있습니다.

외로운 셔터소리, 눈밭을 멀리 돌아 부끄럽게 멀어져 갑니다...........




[NIKON CORPORATION] NIKON D1H (30.00)s F13.0 50mm Iso20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3.00)s F8, 8mm, ISO20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6)s F5.6  8mm, ISO20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2.00)s F8.0  105mm ISO20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30)s F4.5 105mm  ISO20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6.00)s F8.0






[NIKON CORPORATION] NIKON D1H (1/3)s F3.2 105mm ISO200



눈시린 경희궁의 밤은,  님잃은 가슴의 응어리입니다.
눈밟는 경희궁의 밤은,  고독한 발걸음의 외로운 흔적입니다.
눈덮인 경희궁의 밤은,  벙어리 청년의  소리없는 아우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