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할까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서정주의" 신록" 중에서)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수필가 이양하씨의 "신록예찬"이 떠오를 정도로 녹음이 점점 짙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늘, 난 입사한지 십년만에 처음으로 하얏트 옥상에 올랐다. 63빌딩이나 남산타워에서 보던 서울 풍경과는 다른 느낌으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남산을 에워싸고 있던 벚꽃은 서서히 빛을 잃고 있지만, 연두빛 신록은 소나무 숲을 뚫고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다. 하늘빛이 너무 엷어지니 사진을 찍던 집착은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옥상까지 따라온 홍보실 직원에게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해방촌의 유래와 한강 건너편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국립현충원의 수양벚꽃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줄 여유까지 생겼다. 입사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직원은 풋풋하게 내얘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니 고마웠다.
하얏트를 나서는 가벼운 발걸음을 잡은 것이 바로 위에 있는 사진속 신록이었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새로워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난 다시 뒷걸음치며 신록을 잡아본다.
"그러기에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맑고 탁함, 여기서는 좋아하고 싫어함의 의미)이 없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유리창을 등지고 신록속으로 들어가는 나의 귓가에는 노시인이 예찬했던 싯구( 詩句)가 맴돌고 있었다.
햐얏트호텔 정원에 어긋나게 솟아나는 여린 철쭉 잎사귀마다 봄이 살포시 앉았다.
화려한 꽃은 봄의 눈짓이지만,
새록새록 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 잎사귀는 봄의 속삭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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