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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용문사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용문사 은행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입니다. 수령은 대략 1,100여년이나 된다고 하네요. 용문사가 창건된 연대를 기준으로 계산한 나이랍니다. 아직도 싱싱한 이파리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노목의 모습이 신비롭습니다.

역사가 깊으면 전설도 많은 법.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프란시스코 수도원의 ‘프란시스 삼나무’나 일본 도쿄의 젠푸쿠지 경내의 ‘신난쇼닌 은행나무’처럼 용문사 은행나무에도 지팡이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자랐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에 지팡이까지 버리기 위해 꽂아 놓고 떠난 것이 용문사의 은행나무라고도 합니다. 송광사의 향나무, 오대산 사자암의 단풍나무,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도 지팡이 설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천년 역사를 가지마다 매달고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경외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거듭되는 병화와 전란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던 나무라 하여 천왕목(天王木)이라고도 불렸으며, 조선 세종 때에는 정3품보다 더 높은 벼슬인 당상직첩(堂上職牒)을 하사받기도 했습니다.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에는 이 나무가 소리를 내어 그것을 알렸으며, 조선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부러져 떨어졌다고도 합니다. 천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높이 57m의 이 웅장한 은행나무는 오늘까지도 청청하게 살아 숨쉬며 그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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