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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풍경

정선 장전계곡 이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신비스럽다. 파란 이끼가 끼어있는 계곡은 태고적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끼란 희한하게도 숲이 깊어 그늘은 짙고, 물은 맑고 차가운 곳에서 자란다. 수량이 많으면 이끼가 적고 수량이 적으면 이끼가 검게 말라죽는다.
 오대천 장전계곡을 찾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가 가리왕산 줄기라고 귀띔해준 것만 믿고 여름마다 가리왕산 골짜기를 드나들었다. 나중에 장전계곡을 찾고보니 가리왕산 뒤쪽 오대천 줄기였다.
 오대천은 흔히 숙암계곡으로 알려져있다. 굽이진 절벽길을 따라 펼쳐진 강줄기. 풍광이 가장 좋은 숙암리의 이름을 따서 숙암계곡으로 통한다. 오대천 줄기는 강원도에서도 강원도답다. 물길을 대는 작은 계곡들이 많다. 장전계곡도 그렇다. 진입로는 밋밋하지만 계곡을 한참 파고들어야 이끼계곡이 나타난다. 
 장전계곡을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푸르디 푸른 이끼계곡은 골이 깊어서 눈으로는 보기 좋지만 놀기는 불편하다. 만질 수 없는 눈으로 보는 여행지다. 한참을 고민하다 취재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비록 물장구를 치고 놀만한 곳은 아니더라도 오대천 주위 풍광이 너무 아름답고, 물놀이를 할만한 계곡이 주변에 많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뱀사골 실비단폭포처럼 신문기사가 나간뒤 이끼를 훔쳐가서 망가질 수 있지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그럼 그뒤 장전계곡의 이끼는 어떻게 됐을까?. 사람의 손을 타지는 않았지만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늘 변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한다.(펜탁스67카메라, 150mm, f32, 밸비아iso50필름,노출시간 2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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