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라는 단어중에서 "빛"이라는 단어만 빠졌어도
전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빛"에 현혹되어 모네의 그림 전시장을 찾았다.
주말 오후라서 전시장은 꽤 붐볐다.
"자연을 감싼 대기의 미묘한 뉘앙스, 빛을 받고 변하는 풍경의 순간적 양상을 표현해낸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조금 북적거려도 직접 보아야 제 맛일 게다. 특히 ‘인상·일출’이라는 그의 작품명을 통해 미술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 모네의 작품은 더욱 그렇다.
붓을 든 모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던 개념은 바로 ‘빛’. 대표작인 ‘수련’, ‘루앙대성당’ 등에는 빛을 따라잡으려는 그의 집념에 가까운 노력이 묻어 있다. 오죽하면 “죽음보다 어두움이 더 두렵다”고 했을까.
모네의 작품 중 그의 작품 경향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양산을 든 여인’은 그의 연인이자 부인,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모네의 모델이었던 카미유가 죽은 지 7년 후에 그려졌다. 실제 모델은 카미유 사망 후 그녀와 닮았던 친구의 딸인데, 얼굴이 묘하게 흐릿한 것을 보면 카미유를 모델로 삼았을 때의 연작을 재현하면서 그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듯하다. 아니면 카미유가 사무치게 그립지만 세월에 씻기어 생김새가 흐릿해진 것일지도.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모네와 카미유의 결혼생활은 사실 카미유의 공이 컸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남편의 미술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궁색한 형편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창작작업만으로 남편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한 양처였다. 그런 카미유의 죽음은 모네에게 큰 슬픔이었으며,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엔 풍경화에 매진하게 되었다. 카미유만이 그의 영원한 모델이자 그의 작품에 표현된 빛 그 자체였으므로….
모네가 사랑했던 빛과 카미유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의 조우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우리의 미술품 감상에도 작품을 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진실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빛처럼 따스하고 온화했던 모네와 카미유의 사랑처럼." (심형보 ,성형외과 원장)
미술 작품에 대한 식견이 모자라 위의 평처럼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전시된 70여점의 작품중에 나의 짧은 눈에는 2~3작품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감히 모네와 나를 비교할 수 없지만 미술과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와 나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우선 "빛"을 표현한다는 것과(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사진에서 "빛"을 가장 중요시 한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나도 비싼 필름을 무지하게 많이 쓰지만, 모네도 물감을 무지 많이 쓴 것 같았다.)
배고픔도 잠시 잊을 정도로 몰입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터치와 바람,하늘, 구름에 잠시나마 빠져들 수 있었다.
1세기 전에 모네가 쫓던 그 "빛"을 나도 쫓고 있다는 동질감에 한없이 기쁨을 느끼며...
"왼쪽을 바라보는 양산 쓴 여인"
[인상 : 일출(日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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