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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작업중(作業中)

배부른 오후

이글거리는 도심의 오후, 복사향에 이끌려 걷다보니 어느듯 무릉도원()에 도착해 있었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7.1
                                    바닥에 떨어진 어린 감열매.  19일 오후 도심속의 시골마을, 서울 종로구 부암동 뒷골마을에서...


 

어느 날 한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물 위로 복숭아 꽃잎이 떠내려 오는데 향기롭기 그지없었다. 향기에 취해 꽃잎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앞에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양쪽으로 복숭아꽃이 만발하였다.


수백 보에 걸치는 거리를 복숭아꽃이 춤추며 나는 가운데 자세히 보니 계곡 밑으로 작은 동굴이 뚫려 있었다. 그 동굴은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더니, 별안간 확 트인 밝은 세상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끝없이 너른 땅과 기름진 논밭, 풍요로운 마을과 뽕나무, 대나무밭 등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는 어부에게 그곳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부가 그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조상들이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식구와 함께 이곳으로 온 이후로 한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어부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며칠간을 머물렀다. 어부가 그곳을 떠나려 할 때 그들은 당부의 말을 하였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어부는 너무 신기한 나머지 길목마다 표시를 하고 돌아와서는 즉시 고을 태수에게 사실을 고하였다. 태수는 기이하게 여기고, 사람을 시켜 그 곳을 찾으려 했으나 표시해 놓은 것이 없어져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유자기라는 고사(高士)가 이 말을 듣고 그곳을 찾으려 갖은 애를 썼으나 찾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그곳을 찾으려 하지 않고, 도원경(桃源境)은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도연명(陶淵明)의《도화원기(桃花源記)》

.................서울속 시골마을 부암동 뒷골마을은 도원경에 나오는 무릉도원처럼 다가왔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4.0
                                                                                                                                                                  - 개울에 비친 느린 발걸음


심속의 시골마을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뒷골마을.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리다가 팔각정을 지나 부암동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도심속 산골(?) 마을이다.
생각없이 지나다보면 마을이 있는지조차 알수 없는 곳이다.
또한 도연경의 도화연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처럼
좀처럼 그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한때 능금나무가 많아서 능금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능금나무는 거의 없고
10여 가구, 30여 명도 채 되지 주민들이 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번 탄핵사태때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위해 이 마을에 있는 백사실(백사 이항복의 별장터)로 산책을 왔다는 일화도 있다.
(아마 지금 상황이라면 한번 더 갈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 예정하고 찾지만 않았지만
정릉길을 넘어 북악스카이웨이를 내려오다가 무심코 한번 들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입구부터 빠알간 앵두가 반겨준다.
무더운 날씨탓인지 밭에 심어진 호박잎은 땅으로 추~욱 늘어져있고,
노란 꽃을 물고 있는 꼬마 오이가 새록새록 어린 숨을 쉰다.
오솔길따라 마을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원시림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나는 3년 전 갔었던 난대림 지대인 북제주 애월읍 납을리의 금산공원이 떠 올랐다.
그곳 만큼 숲이 우거져 있다.

부암동 뒷골마을은
도연명이 그렸던 무릉도원처럼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서울에 있음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이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7.1
                                                                                    나흘째 계속된 찜통더위 때문에 호박잎의 둥근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200)s iso100 F4.5
                                                                                                 종로구  부암동 뒷골마을은 서울속 시골마을답게 한가로운 모습이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200)s iso100 F4.5
                                                                           앵두향기에 이끌려 도착한 무릉도원. 뒷골마을은 빠알간 앵두가 지천이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3.5
                                                                                     북제주 애월읍 납읍리의 금산공원을 연상시키는 무성한 숲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100 F4.0
                                                        너무 한가하고 소박한 모습에 결국 물어볼 말이 있었는데 말도 걸지 못하고 말았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100 F5.0
                                                                                                    이곳의 시간은  전기줄에 걸려 있는 빨래집게처럼 한가롭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100 F3.5
                                                                                                                   열무꽃에 앉아 있는 나비만이 오직 분주하다.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200)s iso200 F3.2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4.5
                                                                                                                                         뱅글뱅글   오이 넝쿨.


[Canon] Canon Canon EOS-1D Mark II N (1/158)s iso200 F6.3

뒷골마을에서 2시간.
배부른 우체통만큼
자연의 풍만함으로 배부른 오후를 보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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