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월요일.
익산 미륵사지에서의 한가한 게으름을 나무라면서
오늘의 여정은 고생길을 택한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사실, 무거운 배낭만 아니라면 이 또한 한가함의 극치라 할만하다.
느리게 걷기위해 빠른 KTX열차를 익산에서 장성까지 타고 왔으니
아이러니하다.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예전부터 꼭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예전에 회사 선배가 찍었던 사진속 그 편백나무 숲길을 찾고 싶기도 했다.
숲길 입구는 세구데.
추암마을,모암마을,금곡마을.
아침을 먹느라 추암과 모암행 버스는 놓치고 금곡마을로 갔다.
장성에서 버스로 30여분.
금곡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내마음의 풍경' 등을 찍은 촬영지였다.
그 좋다는 '피톤치드'를 맛보기위해
금곡마을은 금새 지나쳐 버렸다.
내 나이보다 훨씬 많은 나무들.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들이지만 하나같이 롱다리다.
소문난 숲길이라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몇군데 갈림길이 있어서 결국 선배가 찍었던 사진속 장소는 찾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를 이곳으로 오게한 그 사진에 감사를 표했다.
피톤치드를 반찬삼아 맛있는 김밥 점심.
(3일째 점심은 배낭에 매달아오는 김밥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숲길을 나와 추암마을에 도착했다.
2시 10분 버스는 이미 떠나고 다음 버스는 오후 6시 50분.
걸어서 장성 읍내까지는 너무 먼길.
하지만 결국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터벅터벅 3시간째.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읍내의 불빛은 보이지도 않는다...
............아, 내일은 바다를 보고싶다!
편백나무 숲길 입구인 금곡마을.
숲길.
깨우고싶지 않아서 셔터소리도 조심스럽게...
물봉선과 서덜취(아래).
갈증과 갈증해소.
삼나무와 편백나무 구별법.
삼나무는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고(왼쪽) 편백나무 잎은 마름모꼴로 둔탁함(오른쪽)
암기법:삼나무는 삼각형처럼 뾰족하고, 편백나무는 편평하다.
문제: 사진속 왼쪽과 오른쪽 나무중 편백나무는?
숲길을 빠져나오니 누런들판. 익어가는 벼 사이에 이방인이 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잠자리가 쉬고 있다.
어느덧 길가에는 억새도, 들국화도 피기 시작했다.
거르메 마을 스케치.
노을을 달리는 아이처럼 내일 여정은 어느 곳의 바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