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일요일.
전날 늦게 밤기차로 익산에 도착했다.
익산역 근처를 돌며 목욕탕과 함께 영업하는 여관을 찾았다.
오랜 지방 출장 경험으로 터득한 바이지만 목욕탕이 있는 여관은 난방 걱정은 안해도 된다.
덕분에 잠은 따뜻하게 잘 잤다.
다행히도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 기운도 사라졌다.
익산역에서 미륵사지까지는 버스로 1시간.
미륵사지를 가는 도중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버스 기사가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를 정류장에 세워둔채 식당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생각하니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는 않다.
미륵사진에는 탑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해체 복원중이라 흔적밖에 남지 않았고
동원에 있는 9층 석탑만이 터 넓은 미륵사지를 지키고 있다.
혼자 남은 탑도 1992년에 새로 복원한 탑이라 운치는 없다.
잠깐 보고 나설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않은 복병에 해질녘까지 미륵사지에 남게 되었다.
간단하게 9층석탑을 드로잉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부분을 택하는 바람에 5시간을 죽치고 앉아 있게 된 것이다.
여정을 정해놓고 하는 여행도 아닌터라 조급하지는 않았다.
저녁 6시가 되니 서서히 해가 진다.
9층 석탑 뒤로 지는 노을이 한없이 예쁘다.
오늘은 덜 움직여서 어깨가 한결 가볍다.
내일은 어디로 갈까?........
미륵사지로 가는 시내버스. 버스기사가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나는 잠시 마을을 구경했다.
당간지수사이로 보이는 미륵사진 동원 9층 석탑.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은 해제 복원중이다.
석양 무렵의 미륵사지 9층 석탑.
5시간의 작업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초라하기만 하다.
같은 장소, 다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