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요일.
오늘은 백제의 왕도 부여다.
부여에 온 것은 정림사지 5층석탑과 백마강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 3일째.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아무래도 갑사 민박집에서 밤새 추위에 떨었던 것이 원인인 듯 싶다.
여행의 복병인 몸살을 만난 것이다.
정림사지는 숙소에서 멀지 않아 걸어서 갔다.
토요일이라 견학온 학생들이 많다.
5층석탑을 한바퀴 천천히 돈다.
그림을 그리기에 가장 쉬워보이는 장면을 찾기위해서다.
마땅히 앉을 때가 없어 서서 꼬박 1시간 반.
어제 계룡산 남매탑을 그릴때보다 더 꼼꼼히 그리고 신중하게 임했다.
마지막 음영을 넣고나니 실물과 제법 닮았다.
정오를 넘겨서 정림사지를 빠져나왔다.
김밥 두줄을 점심할 요량으로 배낭에 매달았다.
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성은 정림사지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사자루에 올라 백마강을 바라보며 먹는 김밥이 꿀맛같다.
낙화암에 올라서니 백제가 부여를 도읍으로 정한 이유 알 것 같다.
광활한 들판 사이로 흐르는 백마강이 유유하다.
<사자수 내린 물에 석양이 빗길 제
버들꽃 날리는데 낙화암이란다.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춘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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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로 지친 몸.
오늘은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
내일의 여정은 익산 미륵사지로 정한다.
정림사지.
국보 9호 정림사지 5층석탑.
주의: 그림이 실물과 다를 수도 있음!
부소산성 사자루에서.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범상치 않은 구름아래서 한 촌로가 보기드문 도리깨질을 한다.
충청도 말로는 '도루깨'라고 촌로는 설명한다.
촌로의 한번 손놀림에 4개의 휘추리가 공중에서 춤을 추고,
휘추리에 놀란 노란 콩알이 콩깍지를 벗어나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백마강 코스모스길.
보기만해도 흐뭇한 사진찍기...
新백제교와 나란한 舊백제교. 차가 다니지 않자 벼가 드러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