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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세월이 가면'으로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가수 최호섭.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친 故 최창권 선생이 작곡한 만화영화 주제곡 '로보트 태권V'를 불러
일찌감치 세상에 목소리를 알렸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날 오후 서울대 앞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뮤지컬 '아기공룡 둘리'에 고길동으로 출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목한 코, 각이 없이 둥글둥글한 얼굴.
어느새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그의 모습.
예전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그의 얼굴에 이미 세월이 흘러 있었다.
인터뷰 도중 알게된 것이지만 '세월의 가면'은 대학시절
그의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란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사연을 들은 친형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 것.
한동안 대중들에게 잊혀졌던 그.
뮤지컬을 통해 세월의 단절을 극복하려는
그의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은 듯 했다.
성대결절로 자신의 최대 히트곡인 '세월이가면'을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부를 수 없다는 그.
하지만, 이젠 발라드가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했었던
메탈 음악의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는
그의 얼굴엔
희망의 싹이
아기의 웃음처럼 순수하게 싹트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그와의 만남.
돌아오는 길에 더 거세진 빗줄기.
돌아오는 차안에서 불현듯 생각난 단상.
그가 노래 했듯이
피끊는 청춘도, 가슴이 터질 듯한 사랑도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에 한표...